재개발 추진위와 맺은 현금 보상 약정, 조합이 이행해야 할까

6 hours ago 1

입력2025.09.10 15:57 수정2025.09.10 15:57 지면B3

K씨가 소유한 A토지는 일반 상업용지로 자체적으로도 개발이 가능한 토지였다. 그런데 인근 재개발 정비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K씨가 소유한 A토지가 도로 확장에 꼭 필요했다. 재개발 추진위원회는 K씨와 A토지를 지구 지정에 편입하는 내용의 약정을 체결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주택 재개발 사업에 필요한 토지 중 일부는 2개 이상의 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 평균으로 현금 보상한다. 나머지 토지는 구획 정리를 완료한 다음 일반상업용지로 환지 보상한다.” 또 약정서에는 추진위와 합의한 내용이 원안 그대로 재개발 조합으로 승계되고, 시공사와 무리 없이 이행되도록 추진할 것을 약속한다는 문구가 기재됐다.

이후 추진위 업무를 포괄적으로 승계받은 재개발 조합이 설립됐다. 조합 창립총회에서 정관을 의결했고, 여기에는 ‘조합설립인가일 전에 조합의 설립과 사업 시행에 관해 추진위가 행한 행위는 관계 법령 및 정관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조합이 이를 승계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담겼다.

K씨는 재개발 조합이 추진위의 권리·의무를 승계했으므로 약정서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라는 취지의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이후 재개발 조합은 K씨에게 약정서 내용에 따라 이른 시일 내 현금 보상을 하겠다는 답변서를 보냈다. 그러나 보상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K씨는 약정서에 기재된 대로 현금 보상 등을 받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K씨는 소송에서 “재개발 조합이 추진위가 행한 업무와 관련된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했기 때문에 A토지에 대한 보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재개발 조합은 “약정서 내용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후 보상 계획에 관한 내용으로, 관련 법령에서 정한 추진위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며 도시정비법을 위반해 무효라고 주장했다. 과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줬을까.

법원은 도시정비법상 추진위는 조합을 설립하고 인가받는 데 필요한 정도의 기능만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추진위 업무에 ‘조합 설립을 인가받기 위한 준비 업무’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서 징구’ 등이 포함돼 있지만 동의서에 현금 보상 및 대물 보상에 관한 내용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봤다.

또 재개발 정비사업 시행을 위한 토지 등 소유자에 대한 보상은 사업시행인가 고시가 나온 뒤 수용재결 절차에 따르거나 분양 신청 절차를 거쳐 현금 청산하게 돼 있는 점에 주목했다. 토지 등 소유자 중 일부에 대해 현금 보상 및 대물 보상에 관한 약정을 체결하는 것은 추진위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봤다. 그런데 재개발 조합과 K씨 사이의 약정은 재개발 사업 부지에 편입될 토지에 대해 현금 보상 및 대물 보상을 하는 내용이어서 도시정비법에서 정한 추진위의 업무 범위를 벗어난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결국 K씨는 패소했다.

재개발 추진위와 맺은 현금 보상 약정, 조합이 이행해야 할까

정비사업의 추진위 단계에서 조합 설립을 위한 준비 업무로 여러 가지 약정이 체결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법원 판례처럼 추진위는 조합을 설립하고 인가받는 데 필요한 정도의 기능만 수행한다. 추진위와 약정을 맺은 당사자는 해당 내용이 추진위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는 사안인지를 면밀히 확인해야 할 것이다.

고형석 법률사무소 아이콘 대표변호사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