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메가시티’ 오피스텔 전용면적 35㎡는 지난 4일 3억57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4월 같은 면적이 2억8000만원에 손바뀜한 뒤 줄곧 거래가 없다가 1년5개월 만에 7700만원 뛰었다. 상승률은 27.5%에 달한다. 2002년 입주한 오피스텔이지만 강남역 1번 출구가 가깝다.
서울 오피스텔 시장이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매매가가 뛰고 거래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이후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금리 인상, 수요 부족 등의 영향으로 투자자의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안’(6·27 부동산 대책)과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등에서 오피스텔이 제외되며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거래량 3년 만에 가장 많아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7월까지 서울 오피스텔 거래는 총 8021건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6613건)보다 21.3% 늘었다. 2022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평균 매매가도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는 3억356만원으로 7월(3억54만원)에 비해 1% 올랐다. 평균 매매가가 월간 단위로 1% 이상 오른 것은 2021년 8월(1.01%) 이후 4년 만이다.
지난달에는 직장인 수요가 많은 종로구, 중구, 용산구 등 서울 도심권을 중심으로 오피스텔 가격이 크게 뛰었다. 도심권의 월간 매매지수 변동률은 0.86%에 달했다.
신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종로구 수송동 ‘두산위브파빌리온’ 전용 74㎡는 지난달 6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올해 2월 같은 면적이 6억2500만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6개월 만에 7000만원 올랐다. 이 오피스텔은 광화문역 인근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 광화문’ 바로 옆 단지다.
서대문구 연희동 ‘현대싱그런’ 전용 87㎡는 지난달 7억2000만원에 손바뀜했다. 2020년 2월(4억원) 이후 5년여 만에 80% 뛴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연세대와 가까운 오피스텔로, 홍대입구역까지 걸어서 15분가량 걸린다.
◇대출 규제 벗어나 반사이익
서울 오피스텔 가격이 뛰고 거래량이 늘어나는 것은 정부의 대출 규제 등에서 비켜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27 부동산 대책에 따라 수도권 모든 아파트와 단독주택, 다세대·연립주택 등은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됐다. 수도권에서 대출받아 집을 사면 6개월 이내 전입 신고도 해야 한다. 하지만 오피스텔은 주택법상 준주택이어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에서도 오피스텔은 벗어나 있다. 국토부는 지난달 말 서울시 전역과 인천·경기 일부 지역을 외국인 대상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주택 구입 때 2년간 실거주 의무를 부과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텔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아파트에 비해 수요가 적어 환금성 떨어지고, 금리 등 시장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주거용 오피스텔은 주택 수에 포함돼 보유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오피스텔은 감가상각이 빨라 아파트와 달리 자산 가치 상승 여력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있다”며 “대출 규제 강화로 일부 수요가 오피스텔로 가고 있지만 임대수익 등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