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日 '공룡 조선사' 속속 탄생…K조선에 경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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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07 17:30 수정2025.07.07 17:30 지면A31

세계 최대 조선 그룹인 중국선박그룹유한공사(CSSC) 산하의 중국 1, 2위 조선사가 합병한다는 소식이다. 세계 조선 수주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공룡 조선사’가 탄생하는 것이다. 합병 조선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국내 조선 3사(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합산의 12배에 달한다. 한국 조선사들은 이미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에 컨테이너선 등 범용 선박 시장을 내줬다. 현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해양 플랜트, 드릴십 등 고부가가치 시장에서만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덩치를 키운 중국 조선사가 빠르게 기술 격차를 좁히고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일본 조선업계의 부활도 심상치 않다. 일본 1위 이마바리조선은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지분율을 기존 30%에서 60%로 늘려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세계 4위 규모다. 일본 정부는 1조엔 규모의 민관 기금을 조성해 조선소 시설 현대화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 조선업은 미국 해군 강화의 대표적 수혜 업종으로 지목돼 왔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게 변하고 있다. 최근 미국 군수지원함 한 척 유지·보수·정비(MRO) 입찰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싱가포르 업체에 밀려 고배를 마셨다. 지난 1∼4월 세계 선박 발주량이 2021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하는 등 조선 업황도 꺾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이 “눈앞의 실적에만 편승해 위기의 심각성을 간과한 게 아닌가”라고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조선 업체들만의 노력 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의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납기 준수가 필수인 조선업의 특성을 감안한 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도 절실하다. 특히 미국 MRO 수주와 관련해선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은 미국 함정을 정비해온 오랜 역사가 있으며, 우리보다 더욱 긴밀한 대미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이 중국 견제를 함께할 확실한 동맹이라는 신뢰를 얻은 후에야 미국은 한국 조선사에 군함을 맡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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