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 보여 줘” “경찰 들이지 마”… 경호처를 私兵 부리듯 한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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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특검이 6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그가 압수수색과 체포를 저지하기 위해 대통령경호처를 사병처럼 지휘한 정황이 상세히 나와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당시 박종준 처장과 김성훈 차장에게 “관저는 경호구역이니 수사관들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지시했음에도 경찰관이 압수수색을 위해 진입했다는 보고를 받자 “들여보내지 말라니까 말이야! 응? 내가 그렇게 들여보내지 말라고 했는데!”라며 질책했다고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올 1월 2차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경호처 간부들에게 총기 휴대를 지시한 정황도 영장에 적시돼 있다. 그는 “특공대와 기동대가 들어온다고 하는데 걔들은 총 쏠 실력도 없다. 경찰은 전문성도 없고 총은 경호관들이 훨씬 잘 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니들이 총을 갖고 있는 걸 보여주기만 해도 두려워할 거다. 총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줘라”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전 차장 등은 경호관들에게 총을 든 채 관저 순찰을 하라고 시켰다.

대통령경호법상 경호관들은 경호 대상자의 생명이 중대한 위험에 처한 때에만 총기를 사용할 수 있다. 당시는 법원의 영장 발부에 따른 정당한 법 집행이 진행 중이었고 윤 전 대통령이 위해를 당할 여지도 없었다. 게다가 국회 탄핵 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윤 전 대통령은 어떤 지시도 내릴 권한이 없던 때 아닌가. 그럼에도 “군 통수권자의 안전만 생각하라”며 경호처를 방탄용으로 이용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마찰 없이 대응할 것을 강조했고 총기 사용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하지만 관련자 진술, 객관적 증거와는 배치되는 주장이다.

누구보다 법치를 강조해 온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라면 설령 체포영장 집행을 막겠다고 나서는 경호관들이 있더라도 만류했어야 맞다. 윤 전 대통령은 그러긴커녕 “경호관들이 경찰보다 총을 훨씬 잘 쏜다”며 부추겨 국가기관들끼리 물리적 충돌 직전까지 가도록 내몰았다. 공권력을 대통령의 사유물로 봤기에 나올 수 있었던 언행이다. 영장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했던 김 전 차장은 이젠 윤 전 대통령의 범행에 대해 진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모든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떠넘기며 잘못한 게 없다고 버티는 사람에게 끝까지 충성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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