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과 동시에 좌초했다. 위원장으로 내정됐던 안철수 의원은 7일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혁신위원 5명 인선안을 발표한 지 15분 만에 사퇴를 선언하고 당 대표 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위원장 내정 닷새 만이다. 안 의원은 “최소한의 인적 청산을 요구했지만 ‘수용하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 의원이 요구한 인적 청산 대상은 대선 후보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하려 했던 권영세 당시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 등 2명일 것으로 당 내부에선 보고 있다. 이날 당이 발표한 혁신위원 5명 가운데 안 의원이 추천한 인물 2명이 배제된 것도 사퇴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친윤 정치’ 청산은 국민의힘이 쇄신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첫 관문이었다. 지난 정부에서 친윤계는 ‘윤심’을 내세우며 당을 좌지우지했고, 그 결과 당은 실패한 국정의 공동 책임자가 됐다. 친윤 정치는 대통령과 불편한 당 대표를 끌어내렸고, 친윤 인사를 당 대표로 만들기 위해 다른 후보에 대한 집단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친윤 세력은 불법 계엄을 옹호하고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퇴행적인 행태까지 보였다. 대선 국면에서 후보 교체를 위한 새벽 날치기 소동은 친윤 세력의 전횡이 절정에 다다른 순간이었다. 국민의힘이 바로 서려면 최소한 이런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인물들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묻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 상황은 “마치 대선에 이긴 당 같다”는 한마디로 요약된다. 친윤과 영남 의원들 지지로 원내대표에 오른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 등 핵심 당직도 친윤, 영남 의원 일색으로 채워 넣으면서 당은 ‘도로 친윤당’이 돼 버렸다. 지난주 갤럽 조사에서 당 지지율(22%)이 여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도 변화를 거부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지금 국민의힘은 수술 없이는 생명이 경각에 달렸다는 진단을 받아 놓고도 수술실에 들어가길 거부하는 ‘중환자’나 다름없다. 친윤, 영남 일색의 지도부엔 당이 절망적인 처지라는 인식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들 머리엔 총선이 3년이나 남았고, 내 지역구는 안전하며,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와 친윤체제를 흔들지 않으면 자신들은 괜찮다는 생각뿐인 듯하다.- 좋아요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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