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재판장을 맡았던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10일 서울 마포구 서강대 성이냐시오관에서 열린 ‘법률가의 길-헌법소원과 민주주의’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이날 강연에서 탄핵 심판 후일담을 전하며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관용과 자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전 권한대행은 ‘견제와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사법의 독립은 재판부 보호 장치가 아니라 입법·행정 권력과 균형을 이루기 위한 필수 제도”라며 “헌재와 사법부 결정이 존중받을 때 비로소 견제와 균형의 헌법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의 독립은 권한 남용의 구실이 아니라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권한대행은 ‘쉽게 읽힌다’는 평가를 받은 결정문에 대해선 “재판관들 사이에 쉽게 써야 한다는 암묵적 공감대가 있었다”며 “국민이 피해자인 사건이기에 이해하기 쉽게 써야 했다”고 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문장으로는 ‘정부와 국회 사이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다’를 꼽으며 “정치의 문제는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으로 풀 문제이지 비상계엄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그는 퇴임 이후 대중 강연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사회 통합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탄핵 결정에 의문을 가진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저를 지지하는 분들에게도 쓴소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정치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할 생각이 없다. 이 자리에 계신 학생들이 보증을 서면 된다”며 웃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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