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예술의전당은 ‘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을 오는 11일부터 10월 12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한다고 3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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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환, 용비어천가 제23장, 1981, 31x71cm, 종이에 먹, 개인소장. (사진=예술의전당) |
이번 전시는 20세기 한국 서예계를 대표하는 한글 서예가 평보 서희환(1934~1995)의 서거 30년을 맞이해 최초로 선보이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초기작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총 120여 점과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소개한다.
서희환은 1968년 제17회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에서 서예 부문 최초로 대통령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다. 1995년 61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평생 한글만을 파고들어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완성했다.
서희환의 글씨는 국립묘지, 임진각 등에 남긴 순국 인물에 대한 비문 등 현재 전국 곳곳에서 자리를 빛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1983년 버마 아웅산 묘소 테러 사건의 추모 비문, 수도여자사범대학(현 세종대) 현판 글씨 원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현판 등을 직접 감상할 수 있다.
1980년 서희환이 약 1만 자(字)를 쓴 대작 ‘월인천강지곡’도 전시된다. 세종대왕이 직접 지었으며 최초로 한글 활자로 인쇄한 것으로 알려진 ‘월인천강지곡’의 내용을 1980년 좌우 5.5m에 달하는 병풍에 표현한 작품이다. 서희환이 남긴 작품 중에서도 특히 걸작으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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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환, 월인천강지곡, 1980, 188x550cm, 종이에 먹, 세종대왕기념사업회 소장. (사진=예술의전당) |
전시는 △봄이 오는 소리 △뿌리 깊은 나무는 △서화동원 △꽃씨 뿌리는 마음 △푸른 동해 하얀 민족 △작가가 작품을 탄생시키지만, 작품이 작가를 존재시킨다 등 총 6부로 구성된다. 제목은 작가의 아호, 즐겨 쓴 한글 서예 작품의 문구, 직접 남긴 글 등에서 따온 표현이다. 주제별로 평보 서희환의 예술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며 그의 예술적 사유와 실천을 단계적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예술의전당 소장품과 여러 기관의 주요 작품들, 그리고 수집가 고창진 씨의 개인 컬렉션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고씨가 약 30년간 정성스럽게 수집해 작품들은 전체 출품작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고씨는 평보의 예술 세계에 깊이 매료되어 200점이 넘는 작품과 수많은 자료를 꾸준히 모아왔다. 단순한 수집을 넘어 작가의 철학과 정신을 오롯이 이해하고 지켜온 헌신의 여정이었다.
한글 서예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마주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5세 이상 어린이들과 함께 한글과 예절을 배우는 ‘꽃씨서당’, 성인 대상의 한글 서예 체험 ‘보통의 하루, 특별한 여백’ 등이다. 서희환과 한글 서예를 주제로 한 콘퍼런스도 예정돼 있다. 일반 관람객 대상의 도슨트 해설은 1일 3회 상시 운영한다.
전시 관람료 50% 할인 혜택이 적용되는 얼리버드 티켓은 오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인터파크, 네이버에서 예매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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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보 서희환: 보통의 걸음’ 전시 포스터. (사진=예술의전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