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에게 올해 안에 교황청을 방문해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습니다.”
여름휴가 차 한국을 방문 중인 유흥식 추기경은 3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 같이 밝혔다.
그는 또 “대통령 측에서도 ‘가까운 시일 내 교황님을 찾고 싶다’는 뜻을 교황청에 전했다”며 “대통령의 서신을 전했을 때 교황이 좋다고 하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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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추기경이 3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열린 방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
대전교구장이었던 유 추기경은 지난 2021년 6월11일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됐다. 그는 선종한 김수환 스테파노(1922∼2009), 정진석 니콜라오(1931∼2021),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에 이어 한국 가톨릭교회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이다.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후인 지난 5월 새 교황을 선출한 콘클라베(추기경단 비밀회의)에도 참석했다. 지난달 29일 약 한 달간의 휴가를 위해 고국을 찾았다.
이 대통령과 교황의 만남은 남북 관계 회복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출신인 레오 14세 교황이 북미 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작용한다. 오는 2027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가톨릭 최대 청년 축제인 ‘세계청년대회’에서는 남북한의 평화가 최대 의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교황도 남북 관계에 대해 잘 안다”고 말했다.
미국 국적자인 교황은 20년간 페루에서 선교사로 활동했고, 2015년부터 2023년까지는 페루 북서부 치클라요 교구장을 역임했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진취적인 분이라면, 레오 14세는 잘 경청하는 스타일”이라며 “추기경들이 그가 20여 년간 가장 가난한 지역에서 선교한 공로를 높이 사 교황에 선출됐다”고 전했다.
12·3 불법계엄 사태 당시에 대한 심경도 전했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정국이 혼란스러웠을 때 매일 인터넷을 검색해 볼 정도로 걱정이 컸다”면서 “정치인들이 그 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되돌려준다 생각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정치를 한다면 우리 사회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추기경은 사회 통합을 위해선 정치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정치인은 누구보다 더 많은 사랑을 베풀 수 있는 사람들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더 힘써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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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식 추기경(사진=김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