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매일 저녁 (퇴근 후) 휴가를 가는 기분이라고 하더라고요.”
서울 북촌의 신축 한옥 ‘소오헌(嘯傲軒)’에서 2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지운 씨(41·사진)는 ‘한옥살이’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쪽으론 탁 트인 창 너머로 겸재 정선이 감명받아 그렸던 인왕산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동쪽을 바라보면 북촌한옥마을의 아름다운 기와 물결이 넘실거린다. 전통 한옥의 핵심 요소인 ‘차경’(借景·경치를 빌리다)을 최대한 살린 덕분에 집이 자연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안식처가 됐다.
김씨 부부는 원래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서울 강남 아파트에 살았다. 김씨는 “전망이 정말 좋긴 했는데, 거리감과 고립감이 느껴졌다”고 했다. 우연히 한옥에 사는 지인의 집을 방문한 뒤 한옥의 포근함에 매료됐다. 한옥은 곧 ‘드림 하우스’가 됐다. 수년간의 건축 작업 끝에 ‘ㄷ’자 형태의 2층(지하 1층~지상 1층) 한옥을 지었다.
여덟 살배기 아들 키우기에도 최적의 장소라는 설명이다. 아파트에 살았다면 “뛰면 안 돼”란 말을 수시로 들었을 테지만 마당과 마루를 넘나들며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다. 공동체의 정도 배울 수 있다. 김씨는 “(아들이) 골목을 내려가면서 기념품 가게 아저씨, 보안관, 이웃 등과 자연스레 교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들은 특히 툇마루를 좋아한다고 했다.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언제든 나가 하늘을 볼 수 있는 ‘실외 거실’인 셈이다.
다양성과 유연성도 한옥의 장점이다. 눈이 오면 눈이 오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운치가 있다. 눈 속에 핀 매화를 볼 수 있는 겨울도, 마루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여름도 각자의 매력이 있다. 한옥의 창문(窓門)은 창이 되기도, 문이 되기도 한다.
한옥살이의 불편한 점은 없을까. 유지 관리에 손이 많이 가는 건 사실이다. 목재나 한지 같은 소재가 계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칠, 방수, 보온 등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줘야 한다. 하지만 김씨는 “아파트에 비해 번거롭지만 집과 교감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며 “아껴주는 만큼 집도 가족에게 더 따뜻한 품을 내어주는 기분”이라고 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