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해임' 리스크에…월가에서 '파월 헤지 전략'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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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국채 매수에 장기 국채 매도 전략 권고
국채와 물가연동채 수익률 차이 '손익분기금리' 베팅도 권고
마켓펄스조사에서 80% "파월 임기까지 갈 것"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지명된 제롬 파월이 연단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2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지명된 제롬 파월이 연단에 오르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로이터)

월가의 채권 전략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을 해고할 가능성에 대비해 2년만기 미국채를 매수하고 10년만기 미국채를 매도하는 ‘파월 헤지’ 전략을 권고했다.

이는 트럼프가 임명할 신임 연준 의장은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단기 금리는 하락하지만 금리 인하와 중앙은행의 독립성 상실로 인플레이션 압박이 커져 장기 국채 금리는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트리니 리서치의 채권 전략가는 고객에게 보내는 메모에서 ‘매크로 거래’경고를 발령하며 이 같은 권고 사항을 제시했다.

실제로 지난 주에 파월 해임을 검토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한 시간 정도 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부인하기 전까지 미국 채권 시장에서 정확히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

미국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순식간에 11베이시스포인트(0.11%) 급등했고, 5년 만기 국채와의 격차는 2021년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달러화는 유로화 대비 1% 이상 하락했고, 주식 시장은 폭락했다.

시트리니 리서치의 제임스 반 겔렌 전략가는 채권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 헤지 투자 전략이 필요할 정도로 월가가 연준에 대한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RBC 글로벌 자산운용 블루베이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 마크 다우딩은 "미국 역사에서 연준 의장은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웠는데 이제 상황이 분명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다우딩 CIO와 올스프링 인베스트먼트, 인베스코 등의 회사들은 파월 헤지를 위해 달러 하락에 베팅하거나 단기 국채 및 장기 국채 수익률간의 격차를 활용한 스티프너 거래를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이 거래가 미국의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예상부터 재정적자 급증, 정부 부채 급증과 같은 재정 여건을 감안하면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파월에 대한 대통령의 위협은 이 같은 거래의 필요성을 더욱 뒷받침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워싱턴 연준 본부의 개보수 비용 증가를 빌미로 파월 의장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경제 및 인플레이션 전망을 어둡게 만들지 않았다면 연준이 올해 금리를 인하했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반 겔렌을 포함한 월가의 대부분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유’를 들어 파월 의장을 해임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법적으로도 대단히 복잡한 절차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폴리마켓 베팅 시장의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올해안에 사임할 가능성을 22%로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한주 전의 18%에서 상승한 수치이다. 최근 마켓 펄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81%는 파월 의장이 내년 5월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의장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스프링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노아 와이즈는 "지금 파월을 해고해서 금리 인하를 기대하는 트럼프 정부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없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미국 금리 전략가인 메건 스위버는 파월 의장의 사임에 대비해 수익률 커브 스티프너 거래는 효과가 적은 헤지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미 재무부가 장기 채권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해 장기 채권 발행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위버 전략가는 대신 국채와 물가연동채의 수익률 차이를 의미하는 ‘손익분기 금리’에 베팅할 것을 권고했다. 이것이 파월 이후 연준이 금리 인하로 소비자 물가를 자극할 위험 가능성에 대비한 더 확실한 헤지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투자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반영한 10년 만기 손익분기 금리는 지난주0.03%포인트 상승한 2.42%에 달해 2월 이후 최고 수준에 가깝다.

스위버는 "현재 인플레이션 연계 채권 시장은 연준의 독립성 위험에 대해 프리미엄을 매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업률이 적정하고 인플레는 연준의 목표치를 넘는 상황에서 정부가 연준에 압력을 지속한다면, 시장은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감지하고 거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주말, 7월 정책회의에서 금리 동결에 반대하겠다면서 차기 연준의장 레이스를 가속화했다. 최근 마켓펄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1은 월러 이사를 가장 유력한 파월 의장 후임으로 꼽았고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 그 뒤를 바짝 쫓았다.

일부 투자자는 파월 리스크는 여러 가지 잠재적 위험 중 하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컬럼비아 스레드니들의 글로벌 금리 전략가인 에드 알-후세이니 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연준은 독립성을 잃고, 관세 인플레이션이 본격화되고, 재정정책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더 악화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이 모든 일이 동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알-후세이니는 옵션을 이용해 이자율 변동성이 3년 만에 최저 수준에서 상승할 것으로 내기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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