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물학적 나이는 몇살입니까”… 美 ‘노화세포 회춘’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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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올드&] ‘생체 나이 측정’ 서비스 인기
구글-오픈AI-아마존 창업자 등
‘세포 리프로그래밍’ 연구 투자 러시
“항노화 치료제 시장 급성장” 전망

리얼리티 TV쇼 ‘카다시안 패밀리 시즌 6’에서 킴 카다시안이 생물학적 나이를 확인하는 장면. ‘저속 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유전자를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는 한편 항노화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확산되고 있다.

리얼리티 TV쇼 ‘카다시안 패밀리 시즌 6’에서 킴 카다시안이 생물학적 나이를 확인하는 장면. ‘저속 노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가운데 유전자를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는 한편 항노화 치료제에 대한 연구가 확산되고 있다.
“놀라운 결과입니다. 당신의 생물학적 나이는 34세예요. 또래 사람들보다 18% 더 느리게 노화되고 있어요.”

올해 2월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리얼리티 TV쇼 ‘카다시안 패밀리 시즌 6’ 마지막 회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유전자를 분석해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는 미국의 스타트업 트루다이애그노스틱의 매슈 도슨 최고경영자(CEO)는 검사를 의뢰한 할리우드 배우 킴 카다시안에게 이 같은 검사 결과를 알렸다. 이 검사에서 당시 43세인 카다시안은 생물학적 나이가 34세로 실제 나이보다 9세가 젊고, 평균보다 상당히 느리게 노화되고 있다는 결과를 받았다.

● 생물학적 나이는 어떻게 계산할까

카다시안이 받은 ‘생물학적 나이 검사’는 최근 미국 서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저속 노화’ 열풍이 이어지면서 생물학적 나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타고 트루다이애그노스틱을 포함해 미국의 프로헬스, 마이디엔에이지(myDNAge) 등 여러 기업이 생물학적 연령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가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에피클락’ 서비스를 지난해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생물학적 나이는 2013년 스티브 호르바트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가 처음으로 제안한 개념이다. 호르바트 교수는 유전자 내 특정 표식으로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는 방식을 개발했다. 이 표식은 날 때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뒤 생활 습관 등에 의해 새롭게 생겨나는 것으로, 태어난 ‘후’ 만들어지는 유전자라고 해서 이를 연구하는 학문을 ‘후성(後成)유전학’이라고 부른다.

후성 유전의 표식에는 일부 유전자에 ‘메틸기(―CH₃)’가 붙는 메틸화 현상이 있다. 메틸화가 일어나게 되면 그 유전자는 발현이 덜 되는 특징을 갖게 된다. 즉, 특정 단백질이 몸속에서 적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호르바트 교수는 7800여 개의 샘플을 분석해 메틸화 정도로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을 고안했고, 생물학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을 경우 기대 수명이 짧아질 수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후 생물학적 나이에 대한 연구가 여러 과학자들에 의해 진행됐다. 호르바트 교수 역시 알토스랩스라는 기업을 창업해 노화 치료제 연구를 하고 있다.

● 노화 세포를 회춘시키는 ‘노화 치료제’ 시장 급성장

이들 연구에 따르면 흡연, 비만 등은 생물학적 나이를 많아지게 한다. 최근에는 폭염 일수가 생물학적 노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연구진은 56세 이상 미국인 3600명의 혈액을 6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폭염 일수가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일수록 생물학적 나이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름 기온에 해당하는 26.7∼32.2도 단계의 폭염 일수가 10% 늘어나면 생물학적 나이는 약 0.1년 더 많아졌다. 학계에서는 생물학적 나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밝히는 연구와 더불어 노화를 억제하거나 지연하기 위한 항노화 치료제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여러 번 분열을 반복하며 일부 DNA가 손상된 ‘노화 세포’를 제거하거나, 다시 젊은 세포로 되돌리려는 노력이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부(巨富)들이 항노화 치료제에 큰돈을 투자하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구글의 공동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설립한 칼리코는 노화된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세포 리프로그래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호르바트 교수가 창업한 알토스랩스에 수조 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오픈AI의 샘 올트먼이 세포 리프로그래밍을 연구 중인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에 약 2500억 원을 투자하고, 올해 1월 이 회사와의 협력을 알리기도 했다. 오픈AI와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는 세포 리프로그래밍에 필요한 단백질 재설계를 돕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GPT-4b 마이크로’를 개발해 출시했다.

시장 조사 기관 인사이트에이스 애널리틱은 항노화 치료제 시장이 2031년 약 24억7000만 달러(약 3조4397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원 기자 jw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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