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압박에 움직이는 韓·日·EU…"이번엔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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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다들 관세 낮추려고 시장 개방…韓, 협상 타결 원해"
대만은 32%→15~20% 인하 협상 착수
참의원 선거 앞둔 일본, 백악관 압박에도 신중 모드
닛케이 "8월1일까지 시간 많지 않아…협상 낙관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관세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이 미국의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자국 시장 개방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은 한국과 일본보다 낮은 수준의 관세율을 목표로 협상에 돌입한 반면, 일본은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백악관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8월 1일 관세는 진짜로 부과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EU는 그들의 나라를 개방하고 싶어 한다”며 “일본은 시장을 개방하는 정도가 훨씬 덜하다. 일본은 미국에서 자동차 수백만 대를 팔지만, 미국산 자동차는 거의 수입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들 모두 매우 빠른 속도로 방식을 바꾸고 있다”며 “한국은 협상 타결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으로부터 32%의 ‘관세 폭탄’을 통보받은 대만은 한국과 일본보다 낮은 15~20%의 관세율을 목표로 협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정부 협상 대표단으로 나선 정리쥔 부행정원장은 지난 12일 미국 측과의 협상을 마친 뒤 귀국하면서 “양측 모두 관세 시행일인 다음 달 1일 이전까지 합의에 이르기를 바라고 있으며, 그때가 되면 최종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국영 석유기업인 대만중유공사(CPC)가 미국 셰일가스 생산 자산의 매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CPC는 지난 3월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액화천연가스(LNG)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것이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고위험 투자라는 분석도 나온다. CPC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누적 손실액은 691억대만달러(약 3조26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말을 아꼈다. 다치바나 게이이치로 관방 부장관은 1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특정 발언에 대한 언급은 삼가겠다”며 “국익을 지키는 동시에 쌍방의 이익이 되는 합의 가능성을 정력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오는 20일에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정부와 여당이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상 타결 시점은 선거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에 대한 상호관세 25%가 부과될 내달 1일까지 시간 여유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향후 협상은 낙관할 수 없다”며 “일본은 대미 무역흑자 축소로 이어질 새로운 협상 카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각국이 이처럼 서둘러 대응에 나서는 배경에는 백악관의 강경한 입장도 작용하고 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13일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세 통보가 협상용 카드냐 아니면 실제 조치로 이어질 것이냐’는 질문에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의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관세는 진짜로 부과될 것”이라고 답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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