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 50일내 휴전 안하면 100% 관세” 경제 고립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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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産 원유 등 구입 제3국에도
100% 2차 관세” 사실상 中겨냥
우크라에 공격용 무기도 지원키로
“50일 너무 길어 실효성 의문” 지적

백악관 찾은 나토 사무총장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백악관 찾은 나토 사무총장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에 매우 혹독한(severe)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러시아산 원유 등을 구입하는 제3국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100%의 ‘2차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에 진지하게 나서지 않을 경우 경제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방공 무기뿐 아니라 대규모 공격 무기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체결된 합의에 따라 나토가 비용을 부담할 것”이라며 “우리는 최상급 무기를 생산해 나토에 보낼 것”이라고 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무상으로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무기를, 앞으로는 돈을 받고 공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 ‘2차 관세’ 카드, 러시아산 원유 수입 많은 중국도 겨냥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2차 관세 카드는 러시아산 원유를 대거 수입하는 중국을 사실상 겨냥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들여오는 동시에 무기-민간 겸용 품목을 러시아에 수출 중인 중국을 압박하는 포석이라는 것.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나는 무역을 많은 일에 사용하며, (관세는) 전쟁을 해결하는 데도 훌륭하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미사일 등 방공 무기뿐 아니라 공격 무기까지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집권 직후부터 바이든 행정부와 차별성을 부각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 소극적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을 바꾼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표를 ‘완전한 유턴’이라고 평가했다.

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제공하지 않고, 나토가 미국산 무기를 구입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방식임을 강조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는 걸 극히 꺼려 온 기존 방침을 고수하는 동시에, 미국산 무기 판매를 통한 수입까지 거두게 된 것이다. 앞서 미국이 나토에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늘릴 것을 요구한 것도 지속적인 미국산 무기 판매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매체 액시오스는 미국이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처음 제공하는 무기 가격이 약 100억 달러(약 13조8360억 원) 수준이라고 전했다. 뤼터 총장은 “일부 회원국은 군사장비를 우크라이나로 신속히 이동시키고, 미국이 나중에 (무기를) 채우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며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50일 유예 실효성 떨어져” 지적도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한 대러 제재에 나선 데는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에 너무 유화적”이라는 미국 내 여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센터(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6∼8일 유권자 20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충분히 터프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60%에 달했다. 또 최근 이란-이스라엘 전쟁의 휴전을 이끌어 낸 것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별다른 성과가 없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휴전 요구를 듣지 않고 있다는 점도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강경한 조치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번 제재 조치가 러시아를 종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는 한계가 분명하단 지적도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며 사상자가 매일 느는 상황에서 ‘50일’이란 유예 기간은 너무 길다는 것. 오히려 러시아가 50일 동안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기 위해 공격을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 한도의 관세 압박 후 유예로 물러서면서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물러난다)’라는 별명을 얻은 것처럼 대러 제재에서도 비슷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이 트럼프의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불분명하다”며 “50일이란 관세 유예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파리=유근형 특파원 noel@donga.com
김성모 기자 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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