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24세 남성이 무허가 발기부전제를 복용한 뒤 몸 곳곳에 멍이 들고, 코피와 잇몸 출혈이 멈추지 않는 등 심각한 혈액 이상 증상을 보인 사례가 학술지에 보고됐다.
의학저널 큐어어스(Cureus)는 지난달 30일, 비아그라 유사 성분이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을 유발한 첫 사례로 해당 환자의 사례를 소개했다.
■ “혈소판 수치 4000개…피가 안 멎어”
해당 남성은 병원 내원 3일 전부터 팔·다리·복부에 보라색 자반(핏줄이 터져 생기는 멍)이 생기고, 코피와 잇몸 출혈이 반복되는 증상을 보였다.
■ 가족이 약 정체 찾아내…‘라이노 69’의 함정
처음 환자 본인은 어떤 약을 복용했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가족이 가져온 포장지를 통해 ‘라이노 69 플래티넘 1000’이라는 무허가 발기부전제를 2주간 복용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제품은 미국 내 일부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불법 성기능 보조제로, 환자도 주유소에서 구매했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 제품이 비아그라 성분을 몰래 포함하고 있으면서도 성분 표시가 없어 수차례 리콜과 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의료진은 이 보조제의 숨겨진 성분이 면역계 반응을 유도해 혈소판을 급격히 파괴한 것으로 진단했다.■ 무허가 보조제…“숨은 성분, 면역계 자극할 수도”
환자는 고용량 스테로이드와 면역글로불린(IVIG) 치료를 받은 지 이틀 만에 혈소판 수치가 6만 6000개/μL까지 회복했다. 이후 외래 치료를 이어가며 스테로이드를 점차 줄였고, 1년 넘게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 중이다.
의료진은 “약을 중단하면 대부분 자연 회복된다”면서도 “불분명한 성분이 들어간 보조제는 면역 질환이나 출혈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 같은 ‘약물 유발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DITP)’은 빠르게 진단하고 원인 약물을 끊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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