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대 9·11·12차 구성된 2구역, 속도 가장 빨라 환경청, 한강변 덮개공원 불허 입장 내비쳐
5구역도 정비계획 확정, 1401가구로 재탄생
1구역·6구역은 다른 구역보다 속도 더뎌
무산 땐 정비계획 변경·건축심의 다시 거쳐야
등기상 소유권 불분명한 필지도 해결 과제
서울을 대표하는 부촌은 어디일까. 시대에 따라 선호 입지와 주거 유형도 달라지고 있다. 1960~70년대엔 성북동과 평창동 등의 단독주택이, 2000년대 초반엔 도곡동 타워팰리스로 대표되는 고층 주상복합이 인기를 끌었다. 한남동 한남더힐이나 강남권 아파트의 펜트하우스 등도 고급주택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요즘엔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가 단연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NH투자증권이 최근 펴낸 ‘압구정 재건축 심층분석’ 리포트에는 압구정 재건축의 현황과 과제 등 내용이 담겨 있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1970~80년대에 조성됐다. 현재 1만가구 규모다. ‘육각형’ 입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한강과 접해 있고, 3호선과 수인분당선을 이용하기 편리하다. 올림픽대교, 성수대교, 동호대교 진입도 쉽다. 학군과 백화점 인프라 등도 좋은 편이다. 압구정은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일제히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구역에 따라 사업 속도나 쟁점 등에서 조금씩 차이가 있다.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2구역이다. 신현대9·11·12차로 구성된 1924가구 규모의 사업장이다. 최고 65층, 2571가구로 탈바꿈한다. 현재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다. 현대건설의 수주가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이 맞닿아 있다. 4구역(현대8차, 한양3·4·6차)이 2구역 다음으로 속도가 빠르다. 현재 1341가구에서 1664가구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인접한 5구역과 연결되는 입체조망데크공원이 조성될 예정이다.
5구역(한양1·2차, 1232가구)도 최근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1401가구로 재탄생할 전망이다. 3구역은 압구정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현대1~7·10·13·14차, 대림아크로빌, 대림빌라트 등 여러 단지로 이뤄져 있다. 기존 3934가구가 5175가구로 재건축된다. 압구정초·중·고를 모두 품고 있다. 다만 1구역과 6구역은 속도가 다소 더딘 편이다. 미성1·2차로 구성된 1구역은 총 1233가구 규모다.
그런데 미성1차(용적률 153%, 평균 대지지분 23.4평)와 미성2차(233%, 15.6평)가 용적률과 대지지분 차이가 꽤 난다. NH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1차가 단독 재건축을 추진하기 위해 소송을 진행했지만, 법원이 특별구역 분할 없이는 단독이 불가하다고 판정했다. 6구역은 한양5·7·8차로 구성됐고, 총 672가구 규모다. 압구정로데오역 역세권이다. 하지만 재건축 방향을 두고 단지별로 이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설립은 한양7차만 인가받은 상황이다.
다만 원활한 압구정 재건축을 위해 해결돼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한강 변 일대에 기부채납으로 덮개공원을 짓는 계획에 대해 한강유역환경청이 불허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청은 일부 아파트 주민 위주로 수혜를 입고, 제방 높이 저하로 인한 홍수 위험 증가 등을 사유로 들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시설로 조성할 계획이고, 건설 기술로 안전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만약 덮개공원이 무산되면 정비계획 변경과 건축심의 등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최근엔 등기상 소유권이 불분명한 필지가 여럿 나타나 논란이 됐다. 예컨대 3구역에선 서울시와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한 필지가 확인됐다. 등기 전산화가 이뤄지기 전 행정착오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5구역에선 BS한양 명의의 대지지분이 발견됐다. 조합에선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3구역의 경우 서울시와 현대건설 등이 토지 지분정리에 대한 협조 입장을 밝혔고, 과거 신반포1차 재건축 당시에도 비슷한 문제로 소송이 진행됐는데 조합이 승소한 사례가 있다.
재건축 속도 기대감에 압구정 단지의 가격이 오르고 거래가 늘고 있다. NH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압구정 아파트의 3.3㎡당 가격은 1억4477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6% 올랐다. 반포동(1억408만원, 17%)과 대치동(9441만원, 24%)보다 가격과 상승률이 높다. 2~5구역의 조합설립 인가 이후 3년 경과 시점이 도래한 작년 상반기부턴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조합원 지위 승계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시행인가 신청 이후부턴 다시 조합원 지위 승계가 제한된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