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판매하는 예·적금 상품의 장단기 금리 역전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금리 인하기를 맞아 은행마다 보수적인 상품 정책을 펼치면서 만기가 긴 상품에 가입할수록 손해를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기 위해 “방망이를 짧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떨어지는 금리에 예적금 회피경쟁
17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예금 평균 금리는 연 2.43%로 나타났다. 반면 24개월 만기의 경우 평균 금리가 연 2.39%로 떨어진다. 통상 오래 보유할수록 높은 이자를 받는 구조와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2개월짜리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2.96%로 24개월(연 2.56%), 36개월(연 2.58%)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금 역시 만기가 늘어날수록 금리가 낮아진다. 12개월 만기 적금의 평균 금리는 연 3.41%, 36개월은 3.23%다.
문제는 장단기 금리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적금의 경우 불과 2년 전 12개월짜리 상품과 36개월짜리 상품의 금리차가 0.04%포인트였다. 이후 2년 만에 약 0.20%포인트까지 격차가 다섯배나 커졌다.
장기 금리가 떨어지는 이유는 향후 국내 기준 금리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리 인하기에 장기 상품을 다수 판매할 경우 금리가 낮아질수록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은행마다 대출 억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예·적금 상품 매력도를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개인이나 기업 고객에게 내어주는 대출액이 줄어들수록 대출의 기반이 되는 예·적금을 확대할 요인이 쪼그라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장 상황상 은행들이 적극적인 마케팅이나 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해 예·적금을 끌어모아야 할 필요가 사실상 없어졌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금리매력도 뚝↓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개별 상품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확인된다.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인터넷은행까지 업권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의 경우 6개월이상 12개월미만의 금리가 연 2.60%인 반면 24개월이상 36개월미만 상품의 경우 연 2.45%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역시 12개월이상 24개월 미만(연 2.70%)보다 24개월 이상 36개월 미만(연 2.50)이 0.20%포인트 낮다.
가입 기간이 늘어날수록 금리가 뚝뚝 떨어지는 경향이 짙다. 부산은행의 BNK내맘대로 예금의 경우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연 2.25%)과 18개월 이상(연 1.80%)의 금리차차가 0.45%포인트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품 구조상 만기가 짧은 상품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다만 시중은행 대비 금리 매력도가 높았던 저축은행마저 금리를 줄줄이 낮추고 있어 예·적금에 대한 인기가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실제 저축은행 수신 잔고가 8개월 만에 다시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을 정도다. 예금금리가 2%대로 내려가는 등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면서 수신이 계속 줄고 있다. 고금리 상품이 인기를 끌었던 2022년 말 120조원을 돌파했던 것을 감안하며 최근 수신 규모는 상당히 축소된 것이다. 저축은행업권은 2022년 말 연 6%대 중반에 달하는 수신상품들을 선보이며 '예테크(예금+재테크)족'의 대표 투자처로 주목받으며 자금이 몰렸다. 그러나 최근 금리 수준은 시중은행과 비교해도 별달리 매력이 부각되지 않는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58%. 12개월 만기 평균 금리는 연 2.96%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적금 매력이 크게 떨어진만큼 특판 상품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