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에 이어 횡령이다. '절세'와 '효율적인 활동'을 위해 다수의 연예인이 설립한 개인법인이 집중 타깃이 되고 있다.
황정음은 지난 15일 소속사 와이원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부끄러운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자신의 개인 회사 공금 42억원가량을 횡령해 가상화폐에 투자한 것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그러면서 해당 회사에 대해 "제 연예 활동을 위해 설립한, 제가 100% 지분을 가진 회사"라며 "저 외에 다른 연예인이 소속된 적은 없었고, 모든 수익은 제 활동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황정음은 2013년 7월 자신의 이름을 딴 법인 훈민정음엔터테인먼트를 설립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매출액 8290만원이다. 직원은 대표인 황정음과 그의 가족 단 2명만 등록돼 있다. 황정음은 10년 넘게 훈민정음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출연료 등을 관리했을 뿐 아니라 주택, 빌딩 등 부동산 투자도 진행했다.
황정음은 자신의 개인 회사에서 대출받은 자금 중 7억원을 가지급금 형태로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등, 2022년 12월까지 총 43억4000만 원에 달하는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황정음 측 변호사는 "회사를 성장시키려는 의도에서 가상화폐에 투자했으며, 법인이 직접 코인을 보유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자신의 명의로 투자했다가 이번 사건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정음뿐 아니라 이름이 알려진 대부분의 연예인은 1인 기획사인 개인 법인을 갖고 있다. 연예인은 본인 지분 100%로 법인을 설립하는 경우가 많다. 연예인이 속한 기존 소속사와 개인 법인이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소득분배를 법인으로 전환하는 형태를 취하게 된다. 즉 기존 소속사와 개인 법인간의 계약을 통해 연예인은 1인 기획사에서 월급을 받는 구조다.
이런 복잡한 구조를 감내하는 건 세율 때문이다. 현행법상 개인 소득세는 누진세 구조로,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이 증가해 최고 45%에 달한다. 수입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것. 하지만 법인의 경우, 소득 규모에 따라 9%에서 24%의 세율이 적용된다.
여기에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교통비, 차량 유지비, 접대비 등은 물론 주택 임대료까지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여기에 가족을 직원으로 등록시켜 급여를 지급하며 소득을 분산시킬 수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엔터 업계 관계자는 "개인 법인을 안 하는 게 바보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연예인들 뿐 아니라 규모가 큰 유튜버 등 크리에이터들도 개인 법인을 운영할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자 등을 할 때도 개인보다 법인이 이득이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내 설립 5년 이상 된 법인으로 매매하면 취득세 9.4%가 아닌 4.6%만 부담하면 된다. 또 법인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상가 등 비주거용 부동산을 법인이 양도할 때는 일반 법인세율만 적용돼 중과세를 피할 수 있다.
문제는 아무리 개인 법인이라도 법인 명의 카드로 명품이나 차량 구매, 해외 여행 등 개인 지출을 할 경우, '실질과세의 원칙'에 따라 과세 당국이 개인 소득으로 간주해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는 점이다. 더불어 법인세법에 따라 법인이 정상적인 거래조건을 벗어난 특수관계인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이익을 제공했을 때도 세무당국이 정상가격으로 조정이 가능하다.
최근 이하늬, 유연석, 이준기 등이 국세청으로부터 세금을 추징당한 것도 이 부분에 대한 이견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앞서 이하늬는 60억원, 이준기는 9억원, 조진웅은 11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특히 유연석은 70억원의 세금이 추징됐지만, 과세 전 적부심사를 청구해 이중과세를 인정받아 추징액이 30억원대로 줄어들었다. 국세청은 이들이 개인 법인을 통해 세금을 탈루했다고 판단했다.
세금 문제가 나오면 고개부터 숙이며 사과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모든 절차대로 세금을 납부했지만, 세무 당국의 의견 차이가 있어 추징된 것"이라는 해명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실제로 연예인 입장에서는 법인 운영에 있어서 위법 행위가 없었고, 연예계 활동을 위한 실질적인 행위가 법인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법인세로 납부하는 게 정당하다고 보기에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최근 연예인들의 출연료와 광고 모델료 등 1인 매출이 중소기업에 버금가는 상황에서, '절세'라는 이유로 법인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세무 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는 해석이다. 매출 계약의 실질적인 당사자는 법인이 아닌 연예인 개인이고, 활동 역시 법인의 인프라와 무관하게 이뤄진다는 점에서 결국 해당 소득은 법인이 아닌 연예인 개인에게 귀속된다고 보는 것. 서류상으로 법인이라고 하더라도, 실제 활동이 연예인 개인에게 귀속되고, 법인은 명목뿐이라면 세법상 법인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법인을 활용해 고급 주택이나 고가의 아파트를 매입하고 실거주하거나 임대하는 등의 행위는 세법상 편법 증여로 간주할 수 있어 세무 조사 대상이 된다. 최근 몇 년 사이 세금을 추징당한 몇몇 연예인들의 시작은 법인 명의 고가 주택 매입, 매각에 있었다.
더불어 가족을 회사 임직원으로 채용할 경우, 실제 근무 여부와 근무 적정성 등을 검토하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도 구비해둬야 한다.
이창연 공인회계사는 "합법적인 절세는 가능하지만, 실질을 동반하지 않는 법인은 인정받기 어렵다"며 "법인 설립과 운영에 있어 실질적 기능과 조직 구조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며 "1인 법인 설립과 운영에 있어서 제대로 된 전문가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