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5200억' 썼다고?…'닭고기' 팔던 하림의 파격 변신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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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찾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제조공장 내부 모습./사진=하림 제공

지난 29일 찾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제조공장 내부 모습./사진=하림 제공

지난 29일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식품 제조 공장. 투명한 유리창 안쪽으로 반죽기, 절단기, 유탕기 등 유탕면을 만들기 위한 각종 기계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계에서 뽑힌 면발은 일정한 길이로 잘린 뒤 고온의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졌다. 완성된 면은 천장에 길게 설치된 파이프라인을 따라 액상 소스와 함께 라면 봉지로 들어갔다. 이곳에선 시간당 약 2만2000개의 라면이 쉴 새 없이 생산된다.

'최고의 맛' 추구…하림 철학 담은 주방

지난 29일 찾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제조공장 '퍼스트키친'./사진=박수림 제공

지난 29일 찾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제조공장 '퍼스트키친'./사진=박수림 제공

‘퍼스트 키친’이라 불리는 이 공장은 약 12만2300㎡(3만7000평) 규모로, 하림산업의 가정간편식(HMR) 브랜드 ‘더미식’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하림은 지난 2018년부터 약 4년간 총 5200억원을 투자해 퍼스트 키친을 구축했다.

시설은 크게 국·탕·찌개류 등 HMR과 냉동식품을 생산하는 K1, 즉석밥을 만드는 K2, 용기·봉지면을 제조하는 K3 등으로 구분된다. 여기에 ‘FBH’(Fulfillment by Harim·풀필먼트 바이 하림)라고 불리는 자체 물류센터까지 더해져 생산과 유통을 한 공간에서 통합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공장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하림 관계자는 ‘재료의 신선도를 앞세운 제품력’을 재차 강조했다. 그 중 하나가 즉석밥 제조 공정에서의 ‘클린룸’이다. 해당 구역은 1세제곱피트(약 28.3ℓ)당 지름 0.5마이크로미터(㎛) 먼지 입자가 100개 이하로 관리되는 공간이다.

하림 관계자는 “보통 즉석밥의 유통기한은 9개월인데 저희는 클린룸 구역에서 밥을 짓기 때문에 다른 첨가물 없이 쌀과 물만으로 만들어도 타사 제품보다 유통기한이 1개월 더 길다”고 설명했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내부 모습./사진=하림 제공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내부 모습./사진=하림 제공

퍼스트키친에서 차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하림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역시 퍼스트키친과 같은 방침으로 운영 중이었다. 하림은 사육 단계에서부터 동물 복지에 주력했다. 동물이 받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소비자에게 더 신선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하림은 제품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계과정에 ‘가스스터닝’과 ‘에어칠링’ 기술을 도입했다. 가스스터닝은 도계 전 닭들을 잠들게 해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 시스템이다. 하림은 전기 충격 방식을 사용하는 일반 도계장과 달리 해당 방식을 통해 닭의 혈액을 깔끔하게 배출되게 해 닭고기의 신선도를 높인다.

에어칠링은 차가운 공기를 이용해 41도의 닭고기 온도를 2도까지 신속하게 낮추는 기술이다. 일반 도계 과정에서는 닭고기를 얼음물에 담가 온도를 떨어뜨린다. 반면 하림은 에어칠링을 통해 물 먹지 않은 닭으로 고기의 맛을 보존하고 교차 오염 가능성을 차단했다.

하림이 '물류 사업'에 집중하는 이유

지난 29일 찾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입구./사진=박수림 기자

지난 29일 찾은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 입구./사진=박수림 기자

하림산업은 2021년 간편식 브랜드 '더미식'을 출시하며 가정간편식 사업에 뛰어들었다. 주방이 조리 공간에서 식사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간편식 시장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사실 더미식을 운영하는 하림산업은 최근 몇 년간 적자를 보고 있다. 그 와중에도 시설 투자 비용만 지난해 기준 약 680억원에 달한다.

하림이 물류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단순한 제품 생산만으로는 치열한 식품업계에서 차별화가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냉장·냉동 제품이 많은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배송 속도와 품질 유지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생산부터 배송까지 자체 물류망을 구축해 경쟁력을 갖추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라스트 마일’(Last Mile)이라 불리는 최종 배송 구간을 단축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더 빠르고 신선하게 전달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제조공장 내부 모습./사진=하림 제공

전북 익산에 위치한 하림의 제조공장 내부 모습./사진=하림 제공

하림 관계자는 “다른 음식과 마찬가지로 가공식품도 만든 직후가 가장 신선하다. 신선한 상태로 고객 식탁까지 가장 빠르게 도착하도록 하는 게 저희 목표”라며 “그러다 보니 물류에도 많은 투자를 하는 것”라고 밝혔다.

하림은 더미식을 앞세워 가정간편식에 대한 투자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제품군을 늘리기 위해 공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증설 공간도 따로 비워뒀다. 현재 라면의 경우 유탕면과 건면 생산라인만 운영 중이지만 올해 중 2개 라인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즉석밥 역시 2호기 생산라인 가동을 준비 중이다.

전북 익산=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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