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위한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프라하의 봄, 音의 경계를 초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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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위한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프라하의 봄, 音의 경계를 초월하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체코 국립프라하미술관 내 성 아그네스 수도원. 평소엔 발자국마저 조심해야 할 것 같은 성스러운 수도원은 이날 소란스러운 축제의 중심지가 됐다. 올해 창설 80주년을 맞은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에서 ‘10대를 위한 음악회’란 뜻을 담아 마련하고 있는 ‘스프링틴(SpringTEEN)’ 프로젝트가 열렸기 때문이다.

공연은 시작 1시간 전부터 이미 좋은 좌석은 다 빠졌을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자랑했다. 부모님의 양손을 잡고 신나게 뛰어다니는 6살 남짓의 여자아이부터 잠시 머리를 식히러 온 고등학교 남학생들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거대한 잔디 위에 돗자리를 깔고 맨발도 뛰어다니는 10대 아이들과 이를 흐뭇하게 쳐다보는 부모들의 모습에선 마치 어린 시절 소풍을 온 듯한 자유로움도 만끽할 수 있었다.

10대 위한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프라하의 봄, 音의 경계를 초월하다

프로그램도 아동, 청소년의 흥미를 불러낼 수 있도록 구성됐다. 3분 남짓의 짧은 클래식 음악 외에도 재즈, 팝 등 쉽게 귀에 익은 멜로디가 내내 무대 위에서 연주됐다. 작곡가 페트르 바이사르(Petr Wajsar)가 이끄는 보컬 그룹 스케티(Skety)와 배우 겸 가수인 얀 치나(Jan Cina) 등이 출연했다. 친근한 음악에 이제 막 돌을 지낸 아이를 들쳐 안고 춤을 추는 어머니와 아이 무동을 태운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의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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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무렵의 아이들은 면면을 색연필 색칠로 채운 가지각색의 종이 고깔을 들고 연신 “뿌우~뿌우~” 소리를 냈고, 플라스틱으로 된 스틱을 들고 의자나 무대를 두들기며 소리를 내는 아이들도 적지 않았다. 축제 말미엔 이들 모두를 무대 위로 불러 함께 즉흥적으로 음악을 만드는 자리도 마련됐다. 아이들에겐 짧지만 값진 음악가로서의 경험을 주고, 부모에게는 소중한 추억을 선물하는 시간이었다.

10대 위한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프라하의 봄, 音의 경계를 초월하다

이에 하루 앞선 지난 30일엔 현대음악을 위한 공연도 마련됐다. 정상급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앙상블 모던이 연주를 맡았고, 마이클 벤데버그(Michael Wendeberg)가 지휘봉을 잡았다. 한국 출신의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의 ‘기계적 환상곡’이 음악회의 문을 열었고, 조지 벤자민의 ‘앳 퍼스트 라이트’가 무대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그 사이엔 신예 작곡가 4명의 작품이 연이어 세계 초연됐다. 약간은 투박하면서도 신선한 화성과 화합과 분열을 오가며 긴장감을 높이는 선율 진행은 젊은 작곡가들에게 허용되는 특혜와도 같았다.

10대 위한 클래식부터 현대음악까지…프라하의 봄, 音의 경계를 초월하다

프라하=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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