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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을 맞아 고향 길에 오르는 사람이라면 여느 명절과 마찬가지로 고속도로 상황을 살피면서 반강제적으로 온 국민 눈치게임에 참여 중일 것이다. 본능적으로 가장 먼저 차가 막히지 않는 이른 새벽이나 늦은 저녁시간대를 떠올리게 된다. 이번 연휴는 고향을 방문할 날짜 선택지가 다양해진 만큼 조금 더 여유롭게 고향 방문 일정을 세워보길 권장한다.
올해 개관한 신상 휴게소… “아직 붐비지 않을 때 가보자”
특히 올해는 새로운 광역교통망인 세종포천고속도로(176.3km) ‘안성~용인~구리(72.2km)’ 구간이 개통했다. 세종포천고속도로를 이용할 계획이 있다면 이 ‘신상’ 고속도로에 조성된 랜드마크 휴게소인 ‘처인휴게소’를 한 번쯤 가보길 추천한다.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면서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양방향 이용 휴게소다. 원형 링 모양 외관 구조가 화려하고 독특하다. UFO처럼 보이기도 하고 규모는 훨씬 작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시) 소재 애플 본사 ‘애플파크’가 떠오르기도 한다.
복합체험공간 거듭난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초기라 음식메뉴·콘텐츠 보강 필요”
시설운영은 계룡건설 계열사 ‘KR산업’이 맡는다. 지난해 시설운영권을 낙찰 받았다고 한다. 휴게소 건물은 지하 1층~지상 3층으로 구성됐다. 양방향 휴게소지만 주차장은 세종방향과 포천방향이 분리돼 있다. 차를 돌릴 수 있는 회차 구간은 없다. 세종방향 주차장은 318대, 포천방향 주차장은 275대를 수용할 수 있다. 승용차 주차장과 버스나 트럭 등 대형차 주차장이 분리돼 있다. 휴게소 진입 후 왼쪽이 승용차 주차장이고 승용차 주차장도 구역이 나눠져 있는데 독특하게 각 구역 출구쪽에 차단기가 설치돼 있다. 한 구역에 진입하면 다른 구역으로 이동할 수 없다. 다소 번거롭지만 다시 휴게소 입구 쪽으로 이동해 다른 구역에서 주차공간을 찾아야 한다.
휴게소 건물 1층은 기념품점과 휴게소 간식 판매점, 이마트24 편의점 등이 입점해있다. 휴게소에 잠깐 머무는 방문객을 위한 공간으로 보인다. 간식으로는 호두과자와 통감자, 반건조오징어, 고구마스틱, 소세지, 핫도기, 핫바 등 일반적인 휴게소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메뉴를 판매한다. 식사를 위한 공간이 1층에는 없다. 또 원형 건물 구조에 맞춰 곡선으로 이뤄진 동서 양쪽에 스낵 판매점이 배치된 구조다. 안쪽 가운데는 이마트24 편의점이 운영되고 있다.
링 모양 독특한 원형 건물… “다소 좁지만 이색 고속도로 전망 묘미”
처인휴게소 건물 2층이 일반 휴게소 푸드코트가 있는 메인 공간이다. 1층 현관으로 진입해 에스컬레이터를 타거나 광장쪽 계단으로 이어지는 테라스를 통해 들어갈 수 있다. 원형 링 구조 건물인 만큼 공간 자체는 효율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주요 동선 폭도 좁은 편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에 올라서면 1층과 마찬가지로 스낵코너가 방문객을 맞는다. 1층 스낵코너 메뉴와 일부 중복되지만 계란빵과 십원빵, 떡볶이 등 1층에 없는 메뉴가 있다. 붕어빵도 판매한다. 가운데에는 서서 간식을 먹을 수 있도록 간이 바가 놓여있다. 메뉴 가격은 회오리감자와 핫바, 소떡소떡 등이 4500원, 팥붕어빵은 2개에 5000원이다. 계란빵은 3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세계 최고 ‘K-휴게소’ 진화 방향성 제시
문을 연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운영이 활성화되거나 완벽하게 정상화된 모습은 아니지만 처인휴게소는 여러모로 우리나라 휴게소 문화를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는 신개념 휴게소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시설로 의미가 있다. 실제로 운영사인 KR산업도 쇼핑과 문화, 체험 등이 어우러지는 종합생활문화공간으로 처인휴게소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휴게소 메인 건물 내부 공간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많지 않아 쇼핑과 체험 공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필요해 보인다. 성수동 유명 디저트 등 입점 브랜드 MD 구성에도 많은 공을 들인 흔적이 느껴지지만 아직은 다소 부족하다. 조금 더 특색 있고 영향력이 큰 콘텐츠가 도입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특히 서울과 인접한 랜드마크 휴게소라는 입지적 강점을 살려 꼭 명절이 아니라 평소에도 방문하고 싶은 휴게소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휴게소 건물 구조 자체가 신기하고 볼만하기 때문에 지방으로 이동하지 않더라도 한 번쯤 들려볼 만한 휴게소다.다만 처인휴게소 방문을 통해 우리나라 고속도로 휴게소문화가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처럼 음식이나 콘텐츠가 다채롭고 활발하게 운영되는 고속도로 휴게소문화를 보거나 경험한 적이 없다. 독일 아우토반 휴게소만 봐도 주차장 면적만 넓을 뿐 시설은 졸음쉼터 수준이다. 어쩌면 K-휴게소가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차세대 문화 수출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처인휴게소를 경험하면서 든 생각이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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