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가 맛 칼럼 '음식지도 강원의 맛'을 김민희 요리연구가와 함께 진행한다. 김민희 연구가는 아리부엌양조 대표이자 정선맛연구회 회장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
'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음식, 탕평채 '
해가 바뀌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다. 다시 예전의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똑같을 것이다.
요즘 같이 불안하고 어수선한 시기에 떠오르는 음식이 하나 있다. 바로'탕평채(蕩平菜)'다. 묵과 나물류를 기본으로 여러 가지 재료를 혼합해 만든 요리다. 그런데 이 탕평채는 단순한 나물 요리가 아니다. 조선시대 영조대왕은 당파싸움을 억제하고 나라를 평온하게 만들기 위해'탕평책'이라는 정치적 화합제도를 시행했는데 그것을 상징하는 의미로 만든 음식이 탕평채다.
탕평채는 다양한 재료가 한데 어우러진 요리로, 각양각색의 재료와 조리법에는 화합과 조화를 이루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 영조는 각기 다른 재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정치적 균형과 평화를 이루고자 했으나 결말은 그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대에 와서 탕평채는 한동안 궁중요리로 인식돼 한식전문점에서나 맛볼 수 있었지만 요즘은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조리방법이 간단한데다 채소 위주의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건강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청포묵을 주재료로 썼지만 지방마다, 가정마다 취향에 맞게 재료를 구성한다.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
강원도에서는 청포묵 대신 구하기 쉬운 도토리묵을 주재료로 쓰는 집이 많다. 고단백 저지방 식품인 도토리묵과 다양한 채소로 영양 균형을 이루고, 식초를 활용한 양념으로 감칠맛을 돋운다. 여기에 참기름과 들깨가루를 추가해 고소한 풍미를 강조하는 것이 강원도식 탕평채의 특징이다. 구수한 맛을 좋아하는 가정에서는 간장 대신 된장을 이용해 양념을 만들기도 한다.
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는"대부분의 음식이 마찬가지지만, 탕평채도 재료를 쭉 늘어놓고 보면 그야말로 잡탕이다. 하지만 이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조화로운 맛을 낸다" 며 "지금의 우리 사회와 정치도 음식을 닮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고 소감을 전했다.
◈ 탕평채 레시피
<재료>
사진제공=김민희 아리부엌양조 대표 |
도토리묵 1개, 소고기 100g, 표고버섯 2개, 당근 1/4개, 계란 3개,
오이 1/4개, 소금 1/4스푼, 통깨 1스푼, 참기름 1스푼
<만들기>
1. 계란은 흰자와 노른자로 따로 분리하고 소고기는 밑간을 해준다.
2. 표고버섯과 당근, 오이는 얇게 채 썬다.
(나물 재료를 추가할 경우 같은 방법으로 채 썰어 둔다)
3. 계란은 흰자 노른자 따로 지단을 부쳐서 채 썰고, 채 썰어 놓은 채소와 나물 재료는 기름에 볶아준다. 표고버섯은 밑간을 해준다.
4. 밑간 된 소고기에 간장, 맛술, 설탕, 참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양념을 한 후 볶는다.
5. 도토리묵(또는 청포묵)을 채 썰어 뜨거운 물에 데친 후 찬물에 헹군다.
6. 도토리묵을 먼저 접시에 담고 그 위에 볶아놓은 재료들을 색색으로 어울리게 올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