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LSI·파운드리사업부, 조 단위 적자 아픔 딛고 반격 기회 잡아
6일(현지시간) 애플은 보도자료를 통해 “미국 오스틴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삼성과 협력해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사용되는 혁신적인 새로운 칩 제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 제품의 전력 효율성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칩을 공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이 구체적인 칩의 종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아이폰용 이미지센서(CIS)로 추정하고 있다. 오스틴 공장은 14~28㎚(나노미터·1nm는 10억 분의 1m) 파운드리 공정에서 반도체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의 눈’으로 불리는 부품으로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품질을 좌우한다. 애플이 신제품 준비에 2∼3년가량 시간을 들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2027년 이후 납품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삼성전자는 시스템 LSI사업부에서 아이소셀(ISOCELL)이라는 이미지센서 브랜드를 설계하고 있다. 생산은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담당한다. 삼성전자는 2021년 업계 최초로 픽셀 2억 개를 탑재한 2억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선보이면서 기술력을 알린 바 있다.
애플은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인정함과 동시에 미국 내 공급망 확보와 협력사 다변화를 위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가 신규 수주를 따내면서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소니를 추격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이미지센서 시장 1위는 애플에 이미지센서를 공급 중인 소니(51.6%)이다. 2위는 삼성전자(15.4%)고, 3위는 중국 옴니비전(11.9%)이다. 삼성전자의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가 글로벌 빅테크 업체 수주를 따내면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분야가 반격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올해 2분기(4~6월) 삼성전자 DS사업부의 영업이익은 4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6조5000억 원) 대비 6조 원 넘게 쪼그라들었다.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가 2분기에만 2조 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낸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삼성전자가 테슬라와 애플 공급을 통해서 반도체 기술력에 대한 ‘인증 마크’를 받은 만큼 추가 고객 확보도 한층 수월해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파운드리 사업부 등이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이번 애플과의 납품 계약 체결과 관련해서 “고객사와 관련된 세부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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