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 “민주당, 진보 아닌 중도보수”… 정책과 입법으로 증명해야

2 days ago 5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9일 “우리는 원래 진보정당이 아니다. 진보정당은 정의당과 민주노동당 이런 쪽이 맡고 있는 데 아니냐”며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오히려 국민의힘이 극우보수 또는 거의 범죄 정당이 돼가고 있는데, 제자리를 찾길 바란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우리는 사실 중도보수 정도의 포지션을 실제로 갖고 있다. 진보 진영은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발언에는 다분히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외연 확장 의도가 깔려 있다. 야권에선 경쟁자 없는 독보적 1위의 대선주자임에도 높은 비호감도와 40%대 지지율에 갇혀 있는 처지에서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한 변신이 그만큼 절실하다. 지난달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고 선언한 이래 부쩍 ‘친기업’과 ‘성장’을 강조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가 민주당의 정체성을 두고 중도를 넘어 보수까지 거론한 것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중도개혁정당’을 표방했지만 대체로 민주당은 진보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대표도 ‘진보개혁 진영의 맏형’ ‘진보적 대중정당’을 내세워 왔는데, 어느 사이 ‘진보’는 부정해야 할 단어가 된 것인가.

이념과 진영을 탈피하겠다던 이 대표의 그간 행보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반도체 분야의 주 52시간 예외 적용에 대해 “왜 안 되냐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더니 국회 입법 과정에선 돌아섰다. 한때 재검토할 수 있다던 ‘기본사회’ 논의도, 고집하지 않겠다던 민생회복지원금도 다시 꺼내 들었다. 최근엔 상속세 완화 주장을 들고나왔지만 논의의 핵심인 최고세율 인하는 외면했다.

이 대표는 “세상이 바뀌는데 변하지 않는 게 바보다”라고 하더니 “나는 원래 제자리에 있었다”고도 한다. 정책 방향도, 이념 지향도 헷갈린다. 사실 진보와 보수, 좌와 우는 상대적인 것이고 누가 선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한다는데 그것을 믿을 수 있는지 신뢰의 문제다. 정책과 입법, 즉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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