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 1년간 정부가 운영한 환자 피해 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가운데 의료 공백과의 연관성이 인정된 사례는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부터 모두 6200건이 넘는 상담이 접수됐고, 이 중 피해 신고서까지 접수된 사례가 933건이었다. 정부가 말로는 의료 공백으로 피해를 본 환자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그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아 실질적인 구제 조치는 없었던 셈이다.
의정 갈등 초기 6개월간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가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예상됐던 사망자 수를 넘어선 초과 사망자 수를 집계한 것이다. 지난해 2∼9월 상급종합병원의 위·대장·폐·간·유방·갑상샘 등 6대 암 수술은 전년 동기보다 21% 감소했다. 뇌종양·뇌졸중 등을 치료하는 개두술도 24% 줄었다.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환자도 증가했다. 의료 공백으로 인한 피해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숫자들이다. 졸속 의대 증원 정책을 강행했던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자 그 피해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전체 피해 신고의 80%(748건)는 전공의 의존도가 높았던 상급종합병원에서 발생했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응급환자가 주로 이용한다. 치료가 절박한 환자일수록 피해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피해를 직접 입증하기도 어렵고, 혹시 치료가 지연될까 봐 버티다가 마지막 순간에 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다. 그중에는 항암 치료가 지연돼 다른 장기로 전이된 신장암 환자,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한 환자들이 있었다. 의료 공백이 없었다면 진즉 치료를 받았을 환자들이다.
의정 갈등은 1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고 그 피해는 환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는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숫자 싸움만 벌이더니, 이제는 의대 정원을 정하는 의료인력수급추계위원 구성과 숫자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다. 생명을 맡긴 환자들은 이를 보며 분통이 터지고 애가 닳는다. 언제까지 환자 피해는 외면한 채 숫자 싸움만 하겠다는 건가.-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