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연구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1.0%로 낮췄다. 한은의 1.6∼1.7%에 한참 못 미칠 뿐 아니라 가장 낮았던 JP모건의 1.2%보다도 밑이다. 작년 1.4%에 이어 올해도 1% 정도의 성장이 이뤄진다면 한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본격적인 하락기에 진입한다는 이른바 ‘피크 아웃’이 현실화하게 된다.
대부분의 경제지표도 저성장을 가리키고 있다. 2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는 코로나19 극성기였던 2020년 9월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 전국의 ‘악성 미분양’ 주택 수는 10여 년 만에 최대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이달 1∼20일 일평균 수출액까지 작년 같은 달보다 2.7% 감소하면서 내수, 수출 양쪽에서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1%의 성장률도 위협하는 관세전쟁에서 한국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각국 국가 수장이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가 대미 투자, 미국산 무기 구매 등을 제안하며 관세 예외 인정을 요청하는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는 전화 통화도 못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가 미국에 가서 우리 기업들의 미국 경제에 대한 기여를 강조하며 관세 예외를 요청했지만 반응은 신통찮다. 급해진 기업들은 대한상공회의소 주재로 20대 기업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사절단을 꾸려 직접 미국 측 설득에 나서고 있다.갑갑한 상황을 타개해줄 것으로 기대됐던 여야정 4자 국정협의회는 공전 상태에 빠졌다. 서둘러 추가경정예산을 짜 소비·투자심리를 살리고, 주 52시간제 예외 인정 등을 통해 수출기업의 모래주머니를 떼어내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출구가 안 보이는 길고 긴 저성장의 터널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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