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팍팍하고 막막한 노인들이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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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소득 수준이 낮아 정부 지원을 받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42.8%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24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에 따르면 수급자는 전체 인구의 5%인 267만여 명이었고, 65세 이상으로 좁히면 수급자 비율은 10.7%로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간 자살한 65세 이상이 1만8044명으로 하루 10명꼴이었다. 노인들이 경제적 정신적으로 매우 취약함을 경고하는 신호들이다.

한국 노인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38.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4배다. 폭염에도 하루 3000원을 벌기 위해 굽은 허리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빈곤율도 OECD 1위다. 노후 대비가 안 돼 있어 오래도록 일하지만 저임금 일자리가 대부분이니 고된 노동에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 노인들의 경우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묶여 있어 미국이나 유럽 나라보다 빈곤율이 높게 나오지만 이러한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높은 편이다.

이는 한국 노인들의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1위라는 통계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65세 이상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0.6명으로 OECD 회원국 평균(16.5명)의 2배 이상이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우울증, 사회적 고립, 신체 질환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하는데 특히 정신과 진료를 잘 받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아 자살 시도 후 신속한 대처가 어렵다. 청소년의 경우 200회, 젊은 성인은 8∼33회 시도 끝에 자살에 이르지만 노인은 2∼4회 시도만으로 숨진다고 한다.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으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노인 빈곤을 해결하고 정신건강을 돌보는 일이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됐다. 기초연금 제도는 형편이 어려운 고령층에 집중되도록 재설계하고, 자산이 부동산에 묶여 쓸 돈이 없는 고령층에 주택연금 가입을 유도해야 한다. 고령층의 사회적 고립감을 덜어주고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지역 사회와 의료 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다. 60년 넘게 열심히 살다 가난과 외로움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도록 외면해서야 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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