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이다원 기자] 정부가 주택공급 절벽 해소를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직접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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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양질의 주택을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공급한다는 청사진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결국 성패는 LH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비용을 줄이면서도 품질 높은 주택을 공급할 수 있을지 등 각론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LH개혁위원회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수요자들이 선호하는 도심 공급 확대를 위해 노후시설과 유휴부지 등을 최대한 활용하고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관련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속도를 높여 주택 공급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정비사업 시계를 촉진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폐지 등은 빠져 있어 실질적인 사업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LH ‘땅장사’에서 ‘집장사’로…저렴한 양질 주택 가능할까
7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따르면 △공공택지 공급확대 △노후시설·유휴부지 재정비 △도심지 주택공급 △민간공급여건 개선 △기타주택사업 등을 통해 내년부터 2030년까지 착공 기준으로 수도권에 총 134만 9000가구를 신규로 공급한단 계획이다. 이 중에서 서울에는 33만 4000가구가 공급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LH가 보유 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팔지 않고, 해당 택지 위에 직접 주택을 지어 공급하는 ‘공공택지 공급 확대 정책’이다.
이전에도 정부는 LH가 보유한 공공택지를 직접 시행해 임대나 분양으로 일부 공급해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민간 건설사에 택지를 매각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을 병행해왔다.
때문에 이번 대책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LH의 주된 역할이 ‘땅장사(토지매각)’에서 ‘집장사(시행사)’로 바뀐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민간 건설사가 설계, 시공을 전담하도록 하는 도급형 민간참여사업으로 추진하겠단 방침이다.
이상경 국토부 제1차관은 “LH 직접 시행이라는 게 모두 임대주택 공급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민간이 도급형으로 참여해 브랜드 등을 차별화 해 나갈 계획”이라며 “현재 가동하고 있는 LH개혁위원회를 통해 분양 물량, 임대주택 물량을 구분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LH 시행 주택의 품질 저하 우려에 대해선 “소형 주택도 아니고 필요 시 전용 85㎡ 이상 주택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유형의 주택들이 아마 공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공공 시행방식을 두고 전문가들은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구체적인 실행력’에 주목해야 한단 의견이다. 특히 저렴한 분양가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사업 시행자인 LH 개혁에 대한 과제부터 선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LH 직접 시행 방식은 크게 위축된 민간 건설사들의 공급의 공백을 메우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만 분양가에 거품을 빼서 저렴한 주택을 공급해야 의미가 있는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공사비 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LH 조직 재정비와 재정 지원 및 재무건전성 강화 방안은 어떻게 해결해 나갈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LH가 기존의 적자부분을 메우면서도 직접 시행을 통해 얼마만큼의 주택 공급가격 인하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한편에선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은 공공임대 물량이 과도하게 공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국토부는 “공공택지 주택의 임대와 분양 비율은 논의를 거쳐서 적정 비율을 나눌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사비 갈등 해법 부재·재초환 유지 속 정비사업 속도 날까
정부는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한 도심 공급 확대방안도 내놨다. 정비사업의 정비계획 작성부터 착공까지 기간을 최대한 3년 단축, 2030년까지 23만 4000가구를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또 공공 도심복합사업의 일몰 제도(2026년말)를 폐기하고 저층주거지까지 용적률을 1.4배로 완화,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해 수도권에 5만가구를 공급한다.
국토부 내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를 설립해 주택건설 인허가 기간도 단축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한도를 총 사업지의 50%에서 70%로 상향 조정하는 등 보증 공급 규모를 연 86조원에서 100조원으로 늘린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수도권 공공택지의 LH 직접 시행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민간 건설사는 도심 정비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적 보증 확대 등 민간 금융 지원과 인허가 제도 개선 등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주택을 더 쉽게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민간의 공급 의지도 크게 꺾이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정비사업 관련 속도를 제고해 공급을 늘린다는 지원책은 이미 앞선 정부에서도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결국 공사비 갈등 등으로 사업 지연이 여전한 상황에서 관련해 이와 관련 구체적인 대책은 부재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정비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재초환 폐지도 빠져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하다. 이 제1차관은 “재초환은 순기능과 역기능 있는데 순기능은 개발이익 환수 장치로서 투기적 매입을 어느 정도 억제하는 요소가 있다”며 “우선 시행을 해보고 진전된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정부는 서울 수서구 등에 노후 공공임대주택 재건축, 노후 공공청사 및 도심 유휴부지, 학교 용지 등을 활용해 5년간 7만 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