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방첩사, 여인형 취임뒤 작년 3월께 계엄용 포승줄-수갑 등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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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탄핵심판]
檢, 계엄 사전준비 관련 진술 확보
“여 사령관, ‘오늘 전쟁 난다’ 전제로… 계엄 대비 합수부 계획 등 구체화”
尹 작년 3월 ‘비상대권’ 언급 맞물려… 국수본과 MOU 등 계엄준비 정황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군방첩사령부가 지난해 3∼4월경 포승줄과 수갑 등 인원 포박 장비를 미리 준비했던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첩사가 비상계엄 때 정치인 등을 체포하기 위해 사전에 장비까지 준비한 혐의가 검찰에 포착된 것이다. 검찰은 방첩사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취임 이후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비상계엄을 준비해 왔다는 진술을 다각도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 “포승줄, 수갑 등 포박 장비 준비”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방첩사 관계자들로부터 “여 전 사령관이 취임한 이후 방첩사 수뇌부의 지시로 포승줄, 수갑 등을 담은 군사 장비 가방이 지난해 3∼4월경 마련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 결과 방첩사는 실제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등을 체포하기 위해 출동한 체포조 병력에게 해당 장비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방첩사가 장비를 준비한 게 비상계엄 대비 목적이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 취임 전까지 방첩사가 이런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병력에게 지급한 인원 포박 장비에 대해 “군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장구로 늘 훈련하면서 본인들이 쓰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평시에도 갖추는 장비라는 취지였지만, 여 전 사령관 취임 전 방첩사는 이런 포박 장비를 갖춘 적이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방첩사 장교 A 씨로부터 “여 전 사령관이 사령관으로 와서 ‘합동수사본부 운영 예규’에 의해 계엄을 대비한 합수부 관련 작전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여 전 사령관은 ‘Fight tonight’, 즉 ‘오늘 전쟁이 난다’를 전제로 (계엄) 준비를 많이 했고, 계엄 합수부에 대해 관심을 많이 표했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 결과 2017년 ‘최순실 게이트’ 당시 방첩사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이 논란이 된 이후 방첩사는 계엄 합수부 관련 업무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방첩사에서 중단됐던 계엄 합수부 업무가 여 전 사령관 취임 이후 재개된 것이다.

방첩사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외부기관과의 비상계엄 공조 방안도 긴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3월 방첩사와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 등이 계엄 시 합동수사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기관별로 3명 정도씩 8, 9명으로 한 조를 구성해 정치인 체포 등을 수행하는 방안 등이 마련됐다고 한다. 검찰은 방첩사가 지난해 6월 2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체결한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 역시 이런 과정에서 추진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 방첩사는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등을 위해 국수본에 100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 “경고성·상징적 계엄” 尹 주장과 배치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취임한 이후 방첩사가 인원 포박 장비를 마련하고,국수본과 MOU를 체결한 것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증거로 보고 있다.

방첩사가 장비를 마련하거나 MOU를 체결한 시기는 여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대권’ 등 비상계엄을 암시하는 발언을 들은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말 윤 대통령은 여 전 사령관 등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로 불러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고, 또 5∼6월에도 여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방첩사가 비상계엄을 사전에 준비한 혐의가 검찰 수사로 입증된다면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상계엄 선포 명분도 설득력을 잃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서 “야당에 경고하기 위해 상징적 차원에서 군을 투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경고성·상징적 계엄이었다면 오랜 기간 치밀하게 방첩사가 준비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내란 혐의를 감추기 위해 경고성·상징적이었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겠지만, 법적 근거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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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기 기자 koo@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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