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심판]
檢, 계엄 사전준비 관련 진술 확보
“여 사령관, ‘오늘 전쟁 난다’ 전제로… 계엄 대비 합수부 계획 등 구체화”
尹 작년 3월 ‘비상대권’ 언급 맞물려… 국수본과 MOU 등 계엄준비 정황
● “포승줄, 수갑 등 포박 장비 준비”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방첩사 관계자들로부터 “여 전 사령관이 취임한 이후 방첩사 수뇌부의 지시로 포승줄, 수갑 등을 담은 군사 장비 가방이 지난해 3∼4월경 마련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여 전 사령관 취임 전까지 방첩사가 이런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았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병력에게 지급한 인원 포박 장비에 대해 “군인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장구로 늘 훈련하면서 본인들이 쓰던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평시에도 갖추는 장비라는 취지였지만, 여 전 사령관 취임 전 방첩사는 이런 포박 장비를 갖춘 적이 없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또 방첩사 장교 A 씨로부터 “여 전 사령관이 사령관으로 와서 ‘합동수사본부 운영 예규’에 의해 계엄을 대비한 합수부 관련 작전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여 전 사령관은 ‘Fight tonight’, 즉 ‘오늘 전쟁이 난다’를 전제로 (계엄) 준비를 많이 했고, 계엄 합수부에 대해 관심을 많이 표했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 결과 2017년 ‘최순실 게이트’ 당시 방첩사의 전신인 국군기무사령부의 ‘계엄 문건’이 논란이 된 이후 방첩사는 계엄 합수부 관련 업무는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방첩사에서 중단됐던 계엄 합수부 업무가 여 전 사령관 취임 이후 재개된 것이다.
방첩사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외부기관과의 비상계엄 공조 방안도 긴밀하게 준비해 왔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3월 방첩사와 경찰, 국방부 조사본부 등이 계엄 시 합동수사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기관별로 3명 정도씩 8, 9명으로 한 조를 구성해 정치인 체포 등을 수행하는 방안 등이 마련됐다고 한다. 검찰은 방첩사가 지난해 6월 2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체결한 ‘안보범죄 수사 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 역시 이런 과정에서 추진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국내 기관과 MOU를 맺은 건 이번이 처음이고, 굳이 이런 MOU를 맺는 게 의아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 방첩사는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등을 위해 국수본에 100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확인됐다.● “경고성·상징적 계엄” 尹 주장과 배치
검찰은 여 전 사령관이 취임한 이후 방첩사가 인원 포박 장비를 마련하고,국수본과 MOU를 체결한 것이 비상계엄을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한 증거로 보고 있다.
방첩사가 장비를 마련하거나 MOU를 체결한 시기는 여 전 사령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비상대권’ 등 비상계엄을 암시하는 발언을 들은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말 윤 대통령은 여 전 사령관 등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안가로 불러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말했고, 또 5∼6월에도 여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선 방첩사가 비상계엄을 사전에 준비한 혐의가 검찰 수사로 입증된다면 윤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상계엄 선포 명분도 설득력을 잃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탄핵심판에서 “야당에 경고하기 위해 상징적 차원에서 군을 투입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경고성·상징적 계엄이었다면 오랜 기간 치밀하게 방첩사가 준비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내란 혐의를 감추기 위해 경고성·상징적이었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겠지만, 법적 근거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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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기 기자 koo@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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