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힘 당한다 신고하면 ‘꿀근무’” 사회복무 편법 공유 논란

6 hours ago 2

근무지 변경-휴가 조치 규정 악용
“앱으로 처방 받아 꾀병 병가”도
담당 직원 권한없어 통제 못해
“국방부가 일괄적 관리를” 지적

“X 같으면 사회복무요원 괴롭힘으로 처벌해달라고 신문고 신고해라. 녹음, 증거 필요 없음”

사회복무요원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온 게시물 내용이다. 사회복무요원 부실 복무 의혹을 받는 가수 송민호 씨(32)의 검찰 송치 여부가 조만간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사회복무요원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거짓 병가, 편한 근무지 이동 방법 등 각종 근무 태만 편법이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사회복무요원도 현역 장병처럼 국방부가 일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3일 동아일보가 사회복무요원들이 많이 이용하는 앱인 ‘공익인간’ 게시물을 살펴보니 근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방법을 소개한 글이 수두룩했다. 이들은 잦은 병가, ‘깽판치기(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 등을 통해 합법적으로 근무 시간을 줄이는 행위를 ‘개척’이라 칭하며 공유하고 있었다. 특히 꾀병으로 병가를 쓰는 이른바 ‘꾀병가’ 방법을 공유하는 글이 많았다. 한 게시글은 “병원 선택 후 증상 적고 이메일 주소 적고 환자보관용 처방전 달라고 적으라”며 비대면 진료 앱으로 처방전을 받는 방법을 안내했다. 안구건조증이나 목, 허리 통증 등 어떤 질환이 처방전을 받기 무난한지 소개한 글도 다수였다.

일하기 편한 근무지, 이른바 ‘꿀 근무지’로 이동하기 위한 편법을 소개한 글도 적지 않았다. ‘공익 생활 규칙’이라는 제목의 글엔 “시키는 거 다 하면 병X”이라며 공무원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문고에 신고해 편한 근무지로 옮기는 방법이 소개돼 있었다. 이는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 규정 중 ‘(괴롭힘) 조사 동안 피해 사회복무요원 등을 보호하기 위해 근무 장소 변경, 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악용한 것이었다.

근무 태만은 자랑거리였다. 14일에 올라온 ‘동사무소 공익 취침 들어갑니다’라는 제목의 글엔 한 사회복무요원이 침대에서 자는 듯한 모습이 담긴 ‘인증샷’이 첨부돼 있었다. 병무청에 따르면 2022∼2024년 사회복무요원 복무규정 위반 건수는 총 6059건에 달한다. 사회복무요원이었던 박모 씨(26)는 “함께했던 요원이 근무 시간에 청소 창고에서 숨어 자거나 배달 음식을 시켜 먹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국방부가 관리하는 현역 장병과는 달리, 사회복무요원은 군인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행정복지센터 등 근무처의 담당자가 관리한다. 근무처의 사회복무요원 담당 직원들은 권한도 없는 입장에서 원래 업무를 소화하며 사회복무요원까지 일일이 관리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경기 광주시의 한 특수학교 직원(38)은 “요원의 부실 복무가 드러나도 기관 측의 근무지 변경 요청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연장 복무에 처할 뿐”이라며 “서로 더 오래 보게 돼서 도리어 불편하다”라고 했다. 병역법에 따르면 복무이탈 일수가 7일 이내면 5배의 기간을 연장 복무해야 한다.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는 “요원 관리를 담당 기관에만 일임할 것이 아니라, 국방부에서 (현역 장병처럼) 일괄적 기준을 적용해 관리하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최원영 기자 o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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