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대체거래소인 ‘넥스트레이드(NXT)’가 예정대로 다음달 4일 정식 출범하면 한국거래소(KRX)와 함께 복수 시장·경쟁 체제가 된다. 국내 증권거래시장의 중대한 전환이다. 대체거래소의 정식 명칭은 ‘다자간매매체결회사’로 정규 거래소 외에 전자거래시스템을 통해 매수자와 매도자를 집중시켜 매매를 체결시키는 거래 시설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거래소 도입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제 설립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대체거래소는 이미 선진국에서는 매우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거래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다양한 거래 방식의 도입을 통한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24개 정규 거래소와 30%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30여 개의 대체거래소, 여기에 대형 증권사가 직접 매매자를 연결하는 다크풀까지 포함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어 정규 거래소와 대체거래소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져 가고 있다. 유럽 역시 각각 100개 이상의 정규 및 대체거래소가 경쟁하고 있다. 호주는 대체거래소가 1개지만 시장점유율이 20%에 이르고 일본은 3개사가 12%를 차지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KRX와 동시에 운영하는 정규 거래시간 전·후로 프리마켓(오전 8시~8시50분)과 애프터마켓(오후 3시30분~8시)을 운영해 하루 주식거래 시간이 12시간에 달한다. 거래 시간이 종전보다 5시간30분 늘어난 것이다. 새로운 유형의 호가가 도입돼 투자자들은 다양한 투자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시장가 호가와 네 가지 지정가 호가만을 제공하고 있으나 여기에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가격으로 가격이 자동 조정되는 ‘중간가호가’와 특정 가격에 도달하면 지정가 호가를 내는 ‘스톱지정가호가’가 추가된다. 넥스트트레이드 출범에 따른 경쟁 효과로 KRX도 새로운 호가를 제공할 계획이므로 투자자 편의성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매매 체결 수수료도 넥스트레이드(0.00134~0.00182%)가 한국거래소보다 20~40% 저렴하다.
가장 큰 변화는 투자중개업자가 투자자의 청약 또는 주문을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집행해야 한다는 내용의 ‘최선집행의무’ 도입이다. 최선집행의무는 2013년 대체거래소 관련 규정과 더불어 자본시장법에 명시됐지만 그간 KRX 독점체제에서는 실효적인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대체거래소 도입으로 이제 증권사에 최선의 거래조건으로 주문을 집행할 의무가 부여된다. 다음달 4일부터 투자자는 거래 수수료, 거래 속도 등을 비교해 거래시장을 선택할 수 있고, 만약 투자자가 선택하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각자의 최선집행 기준에 따라 마련한 SOR(smart order routing) 시스템을 통해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의 거래시장에서 주문을 집행한다. SOR은 최적의 거래시장을 선택하는 자동주문전송시스템으로, 증권사 간에 우월한 SOR을 구축하려는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진국에 비해 늦게 도입된 대체거래소가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추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먼저 대체거래소의 주식시장 점유율을 15%로 제한한 규정은 완화돼야 할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점유율 제한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대체거래소 도입의 중요한 목적인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한 투자자 편익 증가와 자본시장 발전’과도 상충한다. 현재는 대체거래소의 거래상품은 거래소 상장주식으로만 한정돼 있다. 이를 모든 상장상품, 비상장주식, 가상자산 등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은 이런 제약이 없을 뿐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라 대체거래소의 장점을 십분 살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의 경우 주식이 주를 이루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대체거래소는 채권 거래 비중이 높다. 대체거래소와 KRX는 상호 경쟁 관계이나 현행법상 대체거래소의 시장 감시는 KRX가 수행한다. 대체거래소가 정착한 해외의 경우 이해 상충을 해소하기 위해 호주는 정부가, 미국은 비영리 독립기관인 ‘금융산업규제기관(FINRA)’이 감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대체거래소 출범으로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새로운 도약 발판이 마련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