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이 ‘대통령이 문을 부숴서라도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 필요하면 전기도 끊으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21일 국회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에서 나온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의 발언이다. 이 여단장은 “대통령 지시 사항이라고 부하에게 전달은 했지만 당혹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당시 있었던 일을 “수첩에 다 기록하고, 수정할 수 없게 볼펜으로 써 검찰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 여단장이 곽 전 사령관의 전화를 받을 때 차에 함께 있던 1공수 작전참모도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대통령님 지시’라는 단어가 기억난다”고 했다. 방첩사 방첩부대장은 곽 전 사령관이 긴장해서 전화를 받길래 다른 간부에게 물어보니 ‘코드원’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진술했다. 앞서 조성현 수방사 1경비단장은 헌재에서 “이진우 전 사령관으로부터 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다. 이들이 모두 입을 맞춰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여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한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구민회 방첩사 수사조정과장은 국조특위에서 “(김대우 전 수사단장이) 체포한다는 지시와 명단을 불러줘서 받아 적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단장도 앞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체포 대상자들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잡아서 수방사로 이송시켜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줄줄이 명령이 하달됐음을 짐작하게 한다. 당시 출동한 방첩사 요원들은 포승줄, 수갑 등을 지참했다. 누가 봐도 동향 파악 차원의 움직임은 아니다.▷계엄 포고령의 절차적 하자 문제도 제기됐다. 계엄 포고령은 대통령이 서명한 계엄 공고문을 토대로 작성해 계엄사령관 결재, 대통령 재가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는데 당시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은 “(대통령) 서명이 들어간 포고령 1호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정해진 절차를 건너뛴 채 정치활동 전면 금지 등이 포함된 포고령을 발표했다는 얘기다.
▷계엄 당시 특전사, 수방사, 방첩사 사령관에게서 명령을 하달받은 일선 지휘관과 간부들은 준장, 혹은 대령이나 중령 계급으로 현장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기소된 사령관들에 비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날 상황을 꾸며낼 이유도 없을 것이다. 이들의 잇단 증언에 대한 군 통수권자의 입장은 뭔가.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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