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당시 명 씨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결정적인 폭로는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 부부와 주고받은 메시지나 통화 내용도 공개하지 않았고, 김 여사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도 부인했다. 2022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식 이후 1년간 접촉하지 않았다는 말도 했다. 23일 후 가진 2차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태도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명 씨는 윤 대통령 부부를 보호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나를 감옥에 넣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성 인터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명 씨의 태도가 달라진 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공천을 알선한 뒤 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15일 검찰에 구속되면서다. 공교롭게도 명 씨가 구속기소된 지난해 12월 3일 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명 씨는 야당 의원을 만나 “‘황금폰’에 쫄아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하더니, 부친 묘소에 파묻었다던 황금폰을 스스로 검찰에 제출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주고받은 메시지 일부도 만천하에 공개됐다. 20일엔 김 여사가 김상민 전 대전고검 검사 공천을 위해 김 전 의원에게 불출마를 종용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공천 거래로 보였던 사건이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됐는데도 검찰 수사는 진전이 없었다. 경남도선관위가 김 전 의원과 명 씨의 돈거래를 포착해 고발한 것은 2023년 12월. 김 전 의원의 회계담당자 강혜경 씨가 녹음파일 4000여 개를 제출한 것은 지난해 초였다. 그러나 창원지검은 검사도 없는 수사과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강 씨가 언론을 통해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폭로하자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섰고, 지난해 11월 초에야 검사들을 파견받아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전국 최정예 특별수사 인력을 갖춘 서울중앙지검이 수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검찰은 창원지검에 계속 수사를 맡겼다.비상계엄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명태균 게이트는 야당이 특검을 추진하고 황금폰 포렌식이 마무리되면서 다시 정국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검찰은 17일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뒤늦게 이송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수사하기 위해서라지만, 그렇다면 왜 지금까지 창원지검에 맡겨뒀는지 의문만 더 커졌다. 3개월 동안 전담수사팀이 새로 밝혀낸 건 김 전 의원이 창원 국가산단 정보를 미리 알고 부동산을 취득한 혐의 정도였다.
검찰은 디올백 사건도 밍기적대다가 뒤늦게 김 여사를 검찰청사가 아닌 경호처 부속청사에서 조사해 논란을 자초했다. 명태균 게이트 역시 검찰이 진작에 진상을 규명했어야 할 사안이다. 검찰이 이 사건마저 디올백 수사에서 저질렀던 과오를 답습한다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영영 잃을 것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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