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초대석]“尹 대통령 탄핵 심판 수용 안하면 분열과 갈등 증폭될 것”

6 hours ago 3

비상계엄 이후 첫 양극화 인식조사 참여한 강원택 서울대 교수
정파적 양극화로 민주주의 후퇴… 적폐청산으로 정파적 양극화 시작
대통령이 갈등 정점에 서면 위험… 대통령, 총리에 국정 권한 넘겨야
선관위-헌재 추천 방식 바꾸고… 허위정보 확산 유튜브 규제 논의해야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이 19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 원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정파적 양극화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이 19일 서울 종로구 동아일보 사옥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강 원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정파적 양극화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며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25일을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 최종 변론기일로 지정하면서 큰 변수가 없는 한 다음 달 중순 탄핵 심판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발동 이후 석 달여 만에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윤 대통령 파면 여부에 관한 헌재 결정이 새로운 혼란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며 더욱 극심해진 정치 양극화 때문이다. 서부지법 난입사태에서 나타난 극단주의와 폭력성, 극우 유튜브 등을 통해 확산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등이 한국 사회를 떠받치는 체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정치 체제와 정치 양극화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강원택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장(정치외교학부 교수)은 19일 한국 사회가 심각한 ‘정파적 양극화’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념적 갈등을 넘어 모든 사안을 정파 간 대결의 프레임으로 인식하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심한 분열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싱크탱크 동아시아연구원(EAI)의 비상계엄 이후 첫 정치 양극화 인식조사에 참여한 강 교수는 “대통령이 정파와 진영의 대표로 갈등의 정점에 서 있는 현 체제에선 위기의 악순환을 피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은 국회 해산권과 거부권 등을 갖고 모든 행정을 총리에게 넘기는 분권형 개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비상계엄 사태로 신뢰가 훼손된 선거관리위원회와 헌재 등에 대해선 “대통령과 여야 모두 동의하는 인사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극단적 주장을 증폭시키는 대형 정치 유튜브 채널에 대한 규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탄핵 심판 최종 선고를 앞두고 있지만 갈등은 계속되고 있는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우리 사회의 정파적 양극화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념적 양극화는 정책적 지향이나 가치가 반영된 갈등이지만 정파적 양극화는 각 정파의 이익만을 판단 기준으로 두기 때문에 합리적인 토론이나 타협이 불가능하다. 특히 대통령제 아래에서 정파적 양극화가 심화하면 한 정파가 이익을 독점하려는 양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이는 민주주의의 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현재 양 정파의 강경 세력이 우리 사회를 양극화로 이끌고 가고 있지만 아직 더 많은 사람이 온건하고 합리적인 생각을 갖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헌재의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온 이후 윤 대통령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윤 대통령 측이 헌재 심판을 수용하지 않으면 정파적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지는 흐름으로 갈 수 있다.”

―정파적 양극화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정파적 양극화의 기원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이라고 생각한다. 적폐라는 용어 자체가 선악을 가르는 포퓰리즘적인 용어다. 특히 적폐 청산이 제도적 개혁이 아닌 사람에 대한 처벌에 집중되다 보니 정파적 양극화로 이어졌다. 그렇게 상대를 적폐로 몰아붙였지만 ‘조국 사태’ 등을 거치며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물들도 위선적이었다는 분노가 일면서 2022년 대선은 ‘누가 나라를 훌륭하게 이끌 것이냐’ 대신 ‘누가 더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이냐’의 싸움이 됐다. 대선에선 윤 대통령이 승리했지만, 총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이 싸움은 무승부가 됐다. 그리고 그 싸움이 계속 이어지면서 대통령과 국회가 갈등과 대립을 벌여 왔으니 사람들의 인식도 2017년의 연장선에 있게 됐다. 지금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이들은 싸움의 한쪽 편에 속해 상대를 적대시하는 것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헌재 심판 이후에도 탄핵 찬반 갈등이 이어질까.

“탄핵 심판 이후엔 곧바로 선거 국면으로 접어든다. ‘선거의 시간’으로 넘어가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금 보수 진영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대부분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다. 하지만 탄핵 재판이 끝나면 다른 흐름으로 가게 될 것으로 본다. 지금은 탄핵 반대로 결집하고 있지만 상대 진영에 대한 거부감이 (탄핵 반대보다) 강하다. 보수 진영에서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대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후보라는 흐름이 만들어지면 (탄핵 찬반과 무관하게) 그 후보를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계속해서 지지층 결집 메시지를 내고 있다.

“대통령이 통합의 구심점이 돼야 하는데 지금은 그 반대다. 대통령이 갈등의 정점에 서 있는 것이다. 분단된 국가에서 최고 지도자가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은 체제적으로 매우 위험하다. 대통령은 갈등에서 한 걸음 물러나 국민 통합을 이끌고, 정치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만 개입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야 간 극단적 대치가 일어나거나 합의가 안 될 때 의회를 해산하거나 법률안을 거부하는 등 정국 안정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어른의 역할’을 해야 한다.” ―비상계엄에 관해 야당의 책임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지금까진 야당이 자제하면서 정치 시스템이 작동해온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야당도 탄핵 남발, 예산안 삭감 등 과거에는 자제했던 선을 넘어서는 행동을 하고 있다. 야당이 ‘우리가 나라를 이끌고 가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대통령, 여당과의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앞으로 민주당이 여당이 되더라도 똑같은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정부·여당의 국정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고, 탄핵을 남발하거나 예산안을 삭감하는 식으로 나가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같은 구도로는 정치적 위기가 반복되고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헌재에 대한 공세도 거세다.

“비상계엄 사태를 겪으면서 민주주의의 기반이 되는 여러 기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고 있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 국가적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헌재, 선관위, 감사원, 법원 등은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기관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야 하지만 이번 사태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민주주의 제도를 약화시키고 신뢰를 떨어뜨리는 건강하지 않은 현상이다. 이번 사태가 정리되면 각 기관의 중립성을 어떻게 회복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여당과 야당이 각각 추천하는 방식을 이제는 여야 모두가 동의하는 인물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부정선거 음모론도 확산되고 있는데….

“윤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현재 한국 사회의 토대가 된 ‘87년 체제’의 핵심은 대통령 직선제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립하자는 국민적 요구가 87년 체제로 이어졌고, 이후 한국 사회는 선거법을 엄격히 지키면서 직선제 전환 이후 나타난 관권선거와 금권선거 등의 문제를 해결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선거 자체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주장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선관위도 소극적인 태도 대신 적극적으로 부정선거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선관위원 선출 방식과 선거 시스템의 변화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한 허위 정보 확산이 갈등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파적 양극화의 이유 중 하나는 정보 소통 구조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예전엔 훈련된 언론인들이 ‘정보의 문지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정보는 대부분 검증을 거쳤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스템이 무너졌다. 특히 구독자가 많은 대형 유튜브 채널과 같은 플랫폼을 사적 영역으로 봐야 하느냐는 문제는 앞으로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플랫폼들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일부 채널에선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가 퍼지고 있고, 이런 행위가 돈벌이와 연결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방치해도 되는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필요하다. 결국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치권에선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는데….

“한국은 박 전 대통령 이후 세 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극심한 갈등을 겪었고 사회적 통합이 어려워졌다. 과거 한국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 시대적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대통령제가) 오히려 사회를 갈라놓는 원인이 되고 있다. 사회가 커지면서 한 사람이 모든 걸 판단하고 결정하는 시스템은 더 이상 한국 사회에 맞지 않는다. 권력을 나눠야 한다. 총리를 의회에서 선출해 내각과 함께 국정을 이끌고, 대통령은 의회 해산, 총리 지명, 국민투표 발의와 거부권 등 정치적 권한을 갖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 인구 위기, 기후 위기 같은 장기적인 국가 과제는 대통령이 주도하되, 총리와 내각이 협력해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조기 대선 전 개헌에 합의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에선 의회를 고쳐야 한다고 하고, 반대쪽은 대통령제를 고쳐야 한다고 한다. 이제는 개헌 논의조차 정파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에 대한 공감대는 지난 20년 중 지금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재명 대표만 동의하면 개헌이 가능한 상황이다. 대선 과정에서 개헌에 대한 구속력 있는 약속이 필요하다. 개헌 절차법을 만들어 법률적 구속력을 가진 형태로 개헌 약속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통합으로 가려면 어떤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보나.

“조기 대선이 열린다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포용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국정 운영이 어려울 것이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되든 인사부터 통합적으로 하고 야당 및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 개헌을 통해 새로운 정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히 중도를 무시하면 안 된다. 여전히 우리 사회엔 중도적 입장을 가진 이들이 많다. 이들의 목소리가 잘 표출될 수 있도록 정치권과 언론이 역할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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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 정치부장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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