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강호 미국, 멕시코와 A매치 2연전은 대표팀에게 여러 가지 메시지를 안겨줬다. 그중 가장 큰 메시지는 ‘손흥민의 존재감은 여전히 크다’일 것이다.
손흥민(33·LAFC)은 이번 A매치 기간 두 경기 모두 출전해 모두 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보여줬다. 미국과의 경기에서는 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해 팀의 첫 골을 기록했고 멕시코와 경기에서는 후반 교체 투입돼 왼쪽 윙어로 나서 골을 터트렸다.
미국전에서는 이재성, 이동경과 그리고 멕시코전에서는 오현규 이강인과 호흡을 맞췄다. 대표팀에서 다양한 조합을 실험했고 모두 의미 있는 결과를 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로 A매치 136경기 출전, 차범근 홍명보와 함께 대한민국 대표팀 최다 A매치 출전 타이 기록을 세웠다. 앞으로 한 경기만 더 나서면 선배들을 넘어서게 된다.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지난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 A매치를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선 손흥민은 이런 기록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그런 기록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뛰려고 노력하는데 여태까지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를 만들어주시고 기회를 주신 모든 감독, 모든 동료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 잘할 때나 못할 때나 많은 팬분이 항상 뒤에서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많이 사랑해 주셔서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분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이번 2연전에 대해서는 “결과를 떠나 또 다른 시스템과 플랜으로 우리가 훈련에서 해보려고 한 것들을 경기장에서 잘 보여준 거 같다”며 만족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러면서 주장으로서 동료들에 대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내가 한국에 가서 경기하다 보면 어떤 몸 상태, 어떤 컨디션으로 임하는지 알고 있기에 이번에 한국이나 일본, 유럽에서 (먼 거리를 이동해) 온 친구들이 좋지 않은 컨디션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럼에도 팀을 위해 하나로 뛰어주고 인지해주고 운동할 때도 이해를 많이 하려는 것들이 경기장에서 그대로 나온 거 같다”며 먼 길을 찾아온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LAFC 이적 후 첫 A매치를 치른 그는 “A매치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항상 변함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항상 영광스러운 자리이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 어느 위치에 있든 항상 같은 마음, 초심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을 때는 어린 나이에 꿈을 이룬 아이처럼 그런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이번에는 특히 여러 사항이 있었던 만큼 더 큰 영광을 안고 뛰었다”며 말을 이었다.
대표팀 주장 교체 논란 등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대표팀에서 그의 존재감, 그리고 태극마크를 향한 그의 뜨거운 마음을 꺾지는 못했다. 마치 주머니 속에 있는 송곳이 밖에서 보이지 않을 수 없듯, 그의 존재감은 숨긴다고 가려지는 것이 아니었다.
대표팀에서 함께 뛴 이동경은 손흥민을 “어마어마한 선수”라며 존재감을 표현했다.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다. 그런 큰 중심을 잡아주는 선수가 있다 보니 우리 같이 어린 선수들이 잘 따르기도 하고, 뭔가 바라보고 배울 점이 많다”며 말을 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선발이든 아니든 가장 좋은 시점에 출전시킬 것”이라며 멕시코전의 경우처럼 앞으로 손흥민을 교체 카드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음을 언급하면서도 “어느 시점에든 해결해 줄 수 있는 선수”라며 존재감을 인정했다.
존재감은 여전하지만, 손흥민도 이제는 ‘보여준 것’이 ‘보여줄 것’보다 많은 노장이다. 언젠가는 대표팀과 작별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 축구는 아직 그와 작별한 준비가 안 된 모습이다. 이번 A매치 2연전을 통해 이는 더 확실해졌다.
손흥민은 ‘호날두나 메시도 마흔 살까지 뛰는데 손흥민 선수도 오래오래 대표팀에서 뛰어달라는 바람이 있다’는 취재진의 말에 “그분들은 축구의 한 역사를 쓰신 분들”이라며 두 선수와 직접 비교에는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항상 좋을 때, 팬들이 좋은 기억을 남겼을 때 자리에서 떠나는 것이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팬들과 약속한 것이 있다. ‘언제나 필요할 때는 이 자리에 있겠다’고 약속했다”며 팬들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 오래 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나도 관리를 잘해서 최대한 오래 해보려고 노력하겠지만, 팬분들도 너무 부담을 주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나도 항상 팬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것과 관련해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생각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다. 최대한 오래 경기장에서 좋은 경기, 멋진 골을 보여주며 좋은 추억들과 함께 오랫동안 만나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남긴 뒤 경기장을 떠났다.
[내슈빌(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