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단이 상법 개정을 최우선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15일 재확인했지만 그 방식을 두고 당내 의견은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법 개정을 주도하는 의원들은 지난해 11월 채택한 당론 수준으로 강화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기업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는 법안인 데다 여야 협치 필요성이 제기된다는 이유를 들어 우선은 상장사에만 적용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김병기 신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상법은 코스피지수 5000으로 가는 데 굉장히 중요한 법안”이라며 “민생법안으로 상법 개정안을 제일 먼저 처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생이 시급해 민생 법안, 민생 추경, 개혁 입법을 균형 있게 짜 맞추겠다”며 “민생 현안은 법안 처리 전에 사회적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책을 찾는 것을 병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야당과의 소통에 대해선 “수석부대표단을 중심으로 정례적인 만남을 통해 (이견) 간격을 최대한 줄이고 대화를 복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신설된 민생담당 부대표로 선임된 김남근 의원은 “상법은 이미 논의가 성숙된 상황이며 추가로 논의할 것 없이 당론 그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소액주주 보호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김 의원이 언급한 당론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명문화, 전자주주총회 명문화, 독립이사 도입,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당 핵심 의원이자 이재명 대통령과도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중진은 이와 관련, “집중투표제 등까지 추가해야 할지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권 여당이 됐으니 기업과 투자자 등이 다 같이 화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사회적 혼란을 최대한 줄여야 할 책임이 있다”며 “(개정한다면) 상장기업을 우선으로 개정 내용을 적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주장을 대폭 수용해 수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3월 기존 당론 가운데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와 전자주총 명문화만을 담은 절충안 성격의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은 자본시장법을 개정해 상장사에만 우선 적용하자며 상법 개정에 반대했다. 국회에서 처리된 상법 개정안은 한덕수 당시 대통령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선 2~3주 내에 상법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는 ‘여야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민주당이 상법 개정에 속도를 내면서 그 강도는 조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 원내대표는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 재선 문진석 의원, 정책수석부대표에 재선 허영 의원을 임명했다. 신설된 소통수석부대표로는 재선 박상혁 의원이 낙점됐다. 지원실장에는 윤종군 의원(초선)을 선임했다. 원내대변인은 초선 김현정·문금주·백승아 의원,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이기헌 의원이 맡는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