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민주당처럼 부활할 수 있을까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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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국민의힘 신임 혁신위원장(여의도연구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희숙 국민의힘 신임 혁신위원장(여의도연구원장)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국민의힘이 또다시 '혁신'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연이어 민심의 회초리를 맞은 국민의힘은 잇따라 혁신위원장을 내세우며 체질 개선을 예고한다. 하지만 당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책임자들에 대한 반성과 인적 쇄신없이 무슨 혁신이냐"는 비판이다.

특히 몇 없는 혁신위 성공 사례를 썼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당명을 여러 번 바꾸고 중진들 '대청소'로 다시 살아난 전례가 있다"며 국민의힘에도 유사한 결단을 요구하고 나섰다. 과연 국민의힘은 과거 민주당처럼 '폐허 위의 부활'을 이룰 수 있을까.

◇ 민주당은 어떻게 살아났나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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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여러 차례의 분열과 통합, 개편을 겪었다. 열린우리당, 대통합민주신당, 통합민주당, 민주당, 민주통합당, 새정치민주연합 등 이름을 바꾸고 계파가 흩어졌다가 재통합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던 민주당은 2011년 말~2012년 초 제19대 총선을 앞두고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당내 기득권 중진들의 과감한 2선 후퇴가 그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2012년 1월 "19대 총선에 지역구 및 비례대표로도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사람이 새로운 기운을 갖고 분당 같은 곳에서 민주당의 기반을 만드는 일을 지원하고 돕고 밀어주는 게 내가 할 일"이라고 했다. 기득권을 내려놓고 당의 미래를 위해 헌신을 보여준 상징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비슷한 시기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19대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 덕진에 출마하지 않고, 험지인 서울 강남을에 출마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전주가 기득권이라면 포기하겠다"는 의지였다. 그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지도부에서는 '공천 혁명의 기폭제가 되는 일'이라는 호평이 나오기도 했다.

내리 3선 의원이었던 정장선 사무총장은 "3선이나 했는데 아무런 역할도, 기여도 못 했다"며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작금의 상황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19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같은 시기 전주 완산을 지역구인 장세환 의원도 야권 통합의 불쏘시개가 되겠다며 불출마했다.

이러한 중진들의 2선 후퇴를 바탕으로 쇄신에 힘이 실리며 민주통합당이 출범했다. 이어 한명숙 의원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의 전면적인 체질 개선을 이끌었다.

이어 민주통합당은 2013년 민주당으로 당명을 변경하며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자 했다. 이후 2014년에는 외연 확장을 위해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과 함께 '새정치민주연합'으로 출범했다. 이 시기 손꼽히는 혁신위 성공 사례 중 하나인 '김상곤 혁신위'가 운영되며 당의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

그러나 2015년 안 의원의 탈당과 국민의당 창당으로 다시 한번 위기를 맞았다. 이때 문재인 당시 당 대표는 과감한 인적 쇄신과 혁신을 주도했다.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변경하고, 김종인 전 대표 등 외부 인사를 영입해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고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수많은 반발과 잡음도 있었지만, 끊임없는 자기 혁신과 외부 수혈을 통해 민주당은 결국 환골탈태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그 결과 민주당은 2016년 총선에서 '제1당'에 복귀하는 쾌거를 이뤘으며,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정권 교체에 성공하며 명실상부한 '부활'을 알렸다. 이후 단 한 차례의 당명 변경 없이 1당 지위를 지켜오면서 2025년 재집권에 성공했다.

◇ 국민의힘은 지금 어디쯤인가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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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 승리 이후에도 계속된 내홍에 시달렸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 간의 불협화음, 공천 논란, 중도층 이탈 등으로 2024년 총선에서 대패했고, 2025년 대선에서 끝내 민심은 등을 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내부에선 여전히 책임론보다는 자리다툼과 계파 갈등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대선 패배 이후 1990년생 초선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상향식 공천 등 5대 혁신안을 제시하며 쇄신을 절규했지만, 기득권은 이를 외면했다. 이어 안철수 의원이 혁신위원장으로 김 의원으로부터 혁신 바통을 이어받아 '인적 청산'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이마저도 가로막혔다. 과거 민주당이 중진들의 용퇴를 전제로 혁신을 시작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당내 이전투구가 계속되면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바닥을 향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19%를 기록했다. 민주당은 43%였다. 해당 기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도가 20%를 밑돌기는 2020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또 지난 10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도는 45%로 과반에 가까운 반면, 국민의힘은 19%로 하락세가 이어졌다. 단순 수치로만 두 정당 격차는 26%포인트에 달했다. (자세한 내용은 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 혁신인가, 혁신 호소인인가

국민의힘 계열 정당 역사상 성공적인 혁신위 사례로 꼽히는 것은 2005년 박근혜 지도부 시절 출범한 '홍준표 혁신위'가 유일하다. 홍준표 혁신위는 당권과 대권 분리, 공직선거 후보 공천 시 일반 국민 의사 50% 반영 등 파격적인 제도 혁신에 성공했다. 이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혁신위에 전권을 준 덕분이었다.

그만큼 홍 전 시장이 국민의힘을 향해 "하는 척만 하고 국민을 속이는 대국민 사기"라고 표현한 것을 단순한 비난으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여러 차례 '혁신'이라는 단어를 꺼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22년 6월 이준석 지도부에서 출범한 최재형 혁신위,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출범한 '인요한 혁신위' 모두 헛물만 켰다.

많은 이들의 지적처럼, 지금은 겉치레가 아니라 당을 다시 태어나게 할 각오가 필요한 때다. 폐허 위에 집을 지을 수는 없다. 과연 국민의힘은 스스로를 허물고 다시 세울 용기가 있을까.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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