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축구 인생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득점이 아닐까 싶다.” 제시 린가드(32·잉글랜드)의 얘기다.
환상적인 골이었다.
7월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울산 HD의 맞대결이었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 41분이었다. 린가드가 황도윤의 헤더 패스를 받았다. 린가드가 간결한 볼 터치에 이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린가드의 발을 떠난 공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며 울산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울산의 골문을 지키는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가 몸을 날렸지만, 손을 쓸 수 없는 골이었다.
린가드가 득점 상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선수들이 흔히 쓰는 말로 ‘얹혔다’는 느낌이었다. 차는 순간 공이 내 발에 ‘얹혔다’ 싶었다. 골이라고 자신했다. 만약 골이 아니라면, ‘조현우 골키퍼를 당황하게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슈팅은 늘 자신감 있게 차려고 한다. 그 믿음을 이어간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난 듯하다.”
린가드의 골은 이날 유일한 득점이었다.
서울이 울산을 1-0으로 잡았다. 서울이 울산을 상대로 승리한 건 2017년 10월 28일 맞대결 이후 처음이다.
서울이 무려 2,822일 만에 울산을 상대로 승전고를 울렸다.
린가드는 “아주 치열한 경기였다”며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린가드는 이어 “날씨가 매우 덥고 습했다. 그런 어려움 속 우리가 준비한 대로 경기를 잘 풀어갔다. 양 측면에 빠른 선수를 배치하는 등 우리의 전략이 통했다. 우린 승리할 자격이 충분했다”고 덧붙였다.
린가드의 경기력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김기동 감독은 “린가드의 경기력이 앞선 2경기에서도 아주 좋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린가드는 “김기동 감독께서 지난 한두 달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며 “우리 감독님은 그런 와중에도 선수단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기동 감독님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잘 잡아주셨다. 선수들이 해야 할 것에 집중하면서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감독님에게 감사하다. 계속 좋은 경기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좋은 결과를 가져오면, 팬들이 더 뜨거운 응원을 보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서울이 올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한 ‘브라질 특급’ 안데르손이 울산전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안데르손은 K리그1 최고의 드리블러로 꼽히는 외국인 선수다. 안데르손은 올여름 이적시장 최대어이기도 했다.
린가드는 “안데르손이 믿기 힘들 정도의 경기력을 보였다”며 “서울에 오랫동안 있었던 선수처럼 김기동 감독님의 축구에 빠르게 녹아들었다”고 말했다.
린가드는 이어 “안데르손의 움직임은 아주 날카로웠다. 나는 전방에 있는 선수에게 침투 패스하는 걸 선호한다. 안데르손이 있으니까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가 늘어나더라. 안데르손이 팀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 훨씬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것이다. 안데르손이 날카로운 모습을 꾸준히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린가드의 활약을 앞세운 서울은 K리그1 4위로 올라섰다.
서울은 올 시즌 K리그1 22경기에서 8승 9무 5패(승점 33점)를 기록 중이다. 2위 대전하나시티즌과의 승점 차를 3점으로 좁혔다.
흐름이 좋다. 서울은 6월 A매치 휴식기 후 리그 5경기 무패(3승 2무)를 기록 중이다.
서울은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2025시즌 K리그1 23라운드 제주 SK와의 맞대결을 벌인다. 서울은 제주 원정에서 리그 3연승에 도전한다.
[상암=이근승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