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자체 결산, 핵심은 '전문가적 의구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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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자체 결산, 핵심은 '전문가적 의구심'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기업뿐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지난해 재정운용을 결산하는 작업으로 분주하다. 기업 소유권자인 주주들을 대신해 경영을 맡아온 관리자들은 독립적인 외부감사 전문가들을 고용해 자신들이 보고한 사업성과와 재무상태 변화에 대한 검증을 받는다. 이 같은 회계감사 절차는 투명한 정보 공유를 통해 기업의 현재 주인인 주주, 미래 주인인 투자자, 그리고 경영진 간 건강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지역에서 주권자인 주민을 대리하는 지방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한 해 동안 제공된 행정서비스와 재정운용을 보고하는 결산서에 대한 결산검사를 거쳐 지방의회 승인을 받는 절차를 밟는다. 겉으로 보면 기업과 지방정부 모두 대리인 행위를 통제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그러나 지자체 결산은 기업의 회계결산과 구조적으로 다르다. 지방정부의 결산은 예산회계 결산과 재무회계 결산으로 이원화돼 있고 각각의 목적과 평가 방식도 다르다. 예산회계 결산은 세입·세출 예산이 승인된 대로 적절히 집행됐지를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반면 재무회계 결산은 한 해 동안의 재정 지출이 행정서비스 제공을 위한 즉시 비용과 장기적 자산 투자로 어떻게 분류되는지 등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는 결산검사위원회를 통해 예산 집행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절차와 더불어 재무제표에 대한 공인회계사의 검토를 포함하도록 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지자체에는 중앙정부의 감사원 같은 독립적인 감사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지방정부의 재정 운영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외부 감사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특히 이들이 단순히 제출된 자료의 숫자를 기술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넘어 오류나 부정, 정보 왜곡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며 평가하는 태도, 즉 ‘전문가적 의구심’을 유지해야 한다. 이는 회계감사의 가장 근본적인 원칙이자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이다.

최근 여러 지자체에서 민간위탁 사업비 결산에 관한 검토 업무를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핵심은 결산검사에 해당하니 공인회계사의 고유업무에 해당한다거나, 사업비 정산에 해당하니 세무사도 참여할 수 있다는 수준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지방정부 재정에 관한 내부통제에서 벗어나게 되는 민간위탁사업에 대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주민의 재정주권을 보호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단순한 숫자 검토를 넘어 끊임없이 의심하고 점검하는 전문가적 감시 체계다. 지방자치의 발전과 재정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는 회계 전문가들의 역할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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