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직원들 출근길 ‘검은 옷’ 시위… “조직개편 반대, 공공기관 지정 철회”

11 hours ago 3

“월급 줄어드나, 근무지 어디” 긴장
금융위도 사실상 조직 해체에 부글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채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분리 및 공공기관 지정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금감원 로비에서 검은 옷을 입은 채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처의 분리 및 공공기관 지정 등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금소원(금융소비자보호원) 분리에 반대한다. 공공기관 지정을 철회하라.”

금융감독원 직원 700여 명이 9일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로비에서 검은 옷을 입고 정부와 여당의 금융감독체계 개편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금감원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예고했다. 금융위원회도 이번 정부 조직개편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금감원 직원의 약 30%를 차지하는 700여 명은 검은색 상복을 입고 이찬진 금감원장에게 “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을 철회하라”란 구호를 외쳤다. 이 원장은 굳은 표정으로 직원들을 지나쳐 출근했다. 이날 오후 이 원장이 참석하는 ‘금융소비자보호 거버넌스 관련 전 금융권 간담회’가 열린 9층 대회의실 앞에서도 직원들은 손에 팻말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 원장이 은행, 보험,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만날 때처럼 저희도 만나서 의견을 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발표된 직후 금감원은 직원 긴급 간담회를 열며 불만 달래기에 나섰지만 직원들의 분위기는 더욱 악화된 모습이다. 7일 발표된 개편안에 따르면 정부는 금감원 내 금소처(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소원을 신설하고, 금감원과 금소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두 기관 모두 금융위를 재편한 금융감독위원회 산하로 들어간다. 금감원은 2007년 ‘기타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가 금융감독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이유로 2009년 해제된 바 있다.

직원들이 반발하자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8일 “공적 기관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의 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에 직원들은 “단지 민주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권력이 정했으니 따라야 한다는 그런 수동적 태도가 우리가 갖춰야 할 태도인가”라며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감독, 검사, 소비자 보호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기능인데 이걸 분리하자는 발상이 과연 실효적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은 공공기관이 되면 월급이 줄어드는 것인지, 금감원과 금소원 중 어디에 소속될지, 직장 위치는 어디가 될지 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개편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국내금융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금융감독 기능은 신설될 금감위로 이관한다. 사실상 조직이 해체되는 셈이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