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대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둘이 서로 불륜관계인 것처럼 협박해 돈을 뜯으려 한 전직 경찰관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12단독 이재민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 등)·공갈미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경찰관 30대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사회봉사 80시간도 명령했다.
A씨는 대전 한 지구대에서 근무했던 지난해 3월 동료 남녀 경찰관 B씨와 C씨에게 "누군가 둘의 불륜 관계를 알고 있다. 돈을 입금해야 할 것 같다"고 겁을 줘 2000만원을 뜯으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협박에 앞서 A씨는 지구대 폐쇄회로(CC)TV를 무단으로 열람해 B씨와 C씨가 함께 있는 장면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단순히 업무를 위해 지구대 주차장이나 사무실에 오가는 장면이었다. 나흘 뒤 그는 여자친구의 휴대전화로 텔레그램 채팅방을 개설한 뒤 본인 계정을 초대했다.
이어 여자친구 휴대전화로 CCTV 촬영 사진과 "B와 C의 부적절한 관계를 안다. 그들은 경찰청 특별경보가 발령돼 있는데도 초과 수당을 부정 수령하고 근무지를 무단으로 이탈했다"며 "둘의 관계를 포털사이트에 유포할테니, 이 대화방 내용을 B씨와 C씨에게 알려주라. 조건은 2000만원"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이 여자친구 휴대전화로 직접 채팅방을 개설해 본인에게 메시지를 보내놓고선 마치 제3자에게 협박받은 것처럼 자작극을 꾸민 것이다.
A씨는 이어 B씨에게 전화해 사진과 메시지를 받았다고 알리며 "둘 때문에 나까지 협박받고 있으니, 내 계좌로 빨리 2000만원을 보내라"고 협박했다.
C씨에게도 "불륜이 유포될 것 같다"며 겁을 줬지만, 결국 자작극이 발각돼 실제로 돈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이 부장판사는 "경찰공무원 신분으로 정당한 권한 없이 지구대 CCTV 시스템에 침입해 사진을 찍고, 이를 악용해 1인 2역을 하는 공갈미수·협박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아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지만 피해자들이 상당한 정신적 피해를 봤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탄원하는 점을 고려했다"고 판시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올 1월 경찰직에서 파면됐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