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것에 대해 "8월 금리를 결정하는 데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관세협상 타결로 성장 악화를 피한 점을 감안하면 금리 동결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구 부총리는 "1% 성장률 달성을 위해 최선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구 부총리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이달 말 통화정책 방향 회의 전에 관세가 잘못되거나 하면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협상이 잘 돼서 8월 통방의 큰 부담을 덜었다"며 구 부총리에게 "어려운 시점에 어려운 일을 하셨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발언이 관세협상 타결에 따른 경기 방어로 금리를 내려야하는 시급성이 다소 줄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8월 통방에 부담을 덜었다'는 말의 의미를 묻는 기자 질문에 이 총재는 "통방이 가까워 오고 있어 자세한 얘기는 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총재와 구 부총리의 만남은 상견례 차원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 부총리는 취임 후 관세 협상 등으로 분주한 일정을 보낸 후 이날 한은을 찾았다.
구 부총리는 "잠재성장률이 떨어진 것은 우리 경제의 실력이 없어진 탓"이라며 "실력을 키우기 위해 모든 경제주체가 협업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곧 발표할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겠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제조업 르네상스'를 하겠다는 식의 묶음형 정책은 정책이 아니다"라며 "제조업 중에서도 예컨대 'AI자동차', 'SiC반도체' 등(을 겨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정책 방향은) 구체적인 아이템 위주로 만들고, 그걸 하기 위한 재정·세제·인력·규제완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겠다"며 "인력의 경우 필요하면 해외 인력도 모시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구 부총리와 이 총재는 구조개혁을 위한 두 기관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어디를 구조조정하자는 걸로 안된다고 생각해 '어떻게 해야한다'는 구체적인 안을 내다보니 손해를 보는 쪽에서 금리 인하나 신경쓰지 왜 이런걸 하느냐는 비판이 처음엔 많았다"면서도 "지금은 씽크탱크의 역할에 대해 인정해주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은이 제시한 구조개혁 어젠다가 구 부총리가 쓴 '레볼루션 코리아' 책에 담겨있다"며 "정부가 구조개혁하는 데 한은이 씽크탱크로서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도 "좋은 의견 주시면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답했다.
부총리와 한은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이 모이는 F4 회의 지속 여부에 관한 질문에 구 부총리는 "형태가 중요한 게 아니고 늘 소통하고, 공감하고, 원팀으로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1% 성장률 달성 가능성에 대해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