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즈 구단이 ‘아사리판’인데 감독·단장 동반 경질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히어로즈의 정상화는 과연 언제쯤 이뤄질까.
키움 히어로즈는 14일 “키움히어로즈는 14일 홍원기 감독, 고형욱 단장, 김창현 수석코치에 보직 해임을 통보했다“고 경질 사실을 밝혔다.
키움은 이같은 보직 해임의 사유를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결정의 배경을 변화와 쇄신을 이유로 밝히며 성적부진에 따른 경질임을 확실히 못박았다.
키움은 15일 현재 27승 3무 61패 승률 0.307의 부진한 성적으로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9위 두산 베어스와 9.5경기 차, 1위 한화 이글스와는 26.5경기 차로 벌어져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최하위다. 가을야구 경쟁은 커녕 탈꼴찌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 감독·단장, 나아가 수석코치까지 경질하는 것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최악의 상황 마지막 돌파구를 찾는 움직임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내부 사정을 잘 안다면 생각은 달라질 수 있다.
키움은 이번 경질 상황에 대해 “위재민 대표이사는 14일 홍 감독과 고 단장에게 그간의 노고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구단의 결정 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키움은 남은 시즌 설종진 퓨처스(2군) 감독이 감독대행을 맡고 오윤 타격코치가 퓨처스(2군) 감독을 맡기겠다고 전했다. 또한 1군 수석코치 자리는 당분간 공석으로 유지시키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구단은 고형욱 단장을 경질하고 허승필 운영팀장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이같은 변화를 두고 이미 외부에서는 경질 시기가 ‘전반기 종료 이후 올스타 브레이크 시작이라는 절차상 형식을 따랐을 뿐 이미 리더십 공백 사태는 지속되어 왔고, 이같은 결정은 예견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반기부터 키움 히어로즈 내부에서 ‘여러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적으로 홍원기 감독의 경질과 함께 “역대 구단 인사였던 인물이 다시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 동시에 “홍 감독이 구단에서 신임이 없는채로 내부적으로 완전히 힘을 잃었다. 지금은 최하위 비난 여론을 대신 감당하는 모양새”라는 비판이 계속 나왔다.
프런트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단장도 사실상 올 시즌 키움 야구단에는 공백 상태였다. 실제 키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이번에 해임된 고형욱 단장 역시 이미 지난해 연말을 끝으로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로 올 시즌 내내 실권이 없었다”면서 “구단의 기본적인 의사 결정에 권한이 없었음은 물론 주요 핵심 업무였던 스카우트 파트에서도 배제되어 있었다”고 귀띔했다.
선수단의 수장인 감독과 프런트의 수장인 단장이 거의 실권과 리더십을 잃은 상태였던 팀이다. 몹시 난잡하고 무질서한 상태를 뜻하는 ‘아사리판’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하지 않았던 히어로즈의 상태다. 리더십 공백 외에도 키움은 전반기 여러 소문의 주인공이 됐다. 히어로즈의 업무 처리 방식을 두고 최근 몇년 간 협업의 당사자가 된 구단들이 불쾌함을 느끼기도 했다.
‘성적은 아랑곳하지 않고 선수를 팔아 구단을 유지하려 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나머지 9개 구단이 느끼기에도 히어로즈의 최근 수년간 행보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엔 의견이 일치했다. 히어로즈가 모기업이 없는 구단이라고 하지만 매 시즌 팀의 대표선수를 매각하면서 마땅한 전력 보강은 하지 않고 트레이드로 신인드래프트 권리만 모으는 행보를 보였다.
먼 과거의 일은 차치하더라도 2022년 바로 홍원기 감독과 함께 한국시리즈에 도전하는 행보를 보였던 팀이다. 오랜 기간 히어로즈의 코칭스태프로 재직했던 홍원기 감독은 2021년 1월 키움 히어로즈의 감독으로 첫 사령탑 지휘봉을 잡았다. 이후 2021년 PS 진출에 성공한 홍원기 감독은 2022년 정규시즌 3위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3년 총액 14억원의 조건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3년부터 지난해에 이어 올 시즌까지 최하위에 머무른 끝에 계약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게 됐다.
하지만 2021년 김하성이 떠나고, 2023년 이정후가 이탈한 이후 안우진마저 부상을 당하면서 투타의 핵심 선수가 모두 사라진 이후 키움은 그를 대신할 확실한 외부 영입을 하지 못했다.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최하위 전력이란 평가 그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올 시즌을 앞두고 김혜성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며 팀을 떠나 보내게 했던 히어로즈다. 사실상 선수를 팔아 이익을 내는데만 몰두하는 구단이란 평가를 들어도 할말이 없는 행보다. 그렇게 팀의 대표 선수들이 빠지는 사이 수년간 히어로즈는 대신 전성기가 다소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 베테랑 선수들을 FA나 다년계약으로 잡았다. 대형 FA 계약은 커녕 외부 영입에도 인색했다. 특히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타 구단과 비교해 적은 비용만 썼다.
역대급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았던 아리엘 후라도를 통해 타 구단과 트레이드를 통해 이득을 얻으려다 실패하며 올 시즌 외인 농사가 폭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체 외국인 선수도 헐값 선수만 잔뜩 끌어모으고 있다. 신임 허승필 키움 단장이 2011년 한화이글스에 입사해 운영팀 국제 업무 경험을 쌓은 후 2016년 키움히어로즈에 합류해 여러 ‘가성비 외인’들을 성공적으로 뽑아왔지만 자본 없이 좋은 물건만 찾는 게 결코 계속해서 성공률이 높을 수가 없다.
향후 구단 운영도 난맥상이 예상된다. 허승필 신임 단장은 “어려운 시기에 중책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팀의 변화와 도약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허 신임 단장은 별도 취임식 없이 차기 감독 선임을 포함한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간다.
감독 선임도 현재로선 미정이다. 공식적으로는 정체를 알 수 없지만, 대부분 모두가 알고 있는 ‘그 수뇌부’가 또 어떤 결정을 내릴 지 누구도 짐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