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발전소 붕괴 사고]
생활비 벌려고 일용직 택한 가장
“일하는 걸 뿌듯해한 사람인데…”
유가족 “후진국형 사고 여전히”
7일 오후 3시경 울산 남구 울산병원 장례식장. 전날 남구 한국동서발전 내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가 무너지면서 매몰돼 숨진 전모 씨(49)의 아내는 “사고 당일 ‘점심 뭐 먹었냐’는 연락이 마지막이 될 줄 몰랐다. 일하는 걸 뿌듯해했던 사람인데…”라며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전 씨의 사고 소식에 아내는 충격으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전 씨 동생의 부축을 받으며 빈소 밖을 오갔다.
전 씨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뒤 사망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가족들에 따르면 전 씨는 서울에서 정육점을 운영했지만 코로나19로 폐업한 뒤 경남 거제시로 이사했다. 올해 초 조선소에서 일했던 전 씨는 반도체 관련 새 일자리를 구했지만 입사가 계속 미뤄졌다. 그러던 중 전 씨는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 보려고 과거 건설 현장 근무 경험을 살린 일용직을 택했다. 전 씨의 친척은 “배우자와 혼인신고만 하고 결혼식도 못 했을 만큼 일에 치여 살았다”며 “늘 쉬지 않고 부지런하게 일만 하던 조카였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다른 피해자 가족들도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또 다른 사망자 이모 씨(64)의 시신이 임시로 안치된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에는 이날 오후 사망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족들이 황망한 표정으로 들어섰다. 그러다 결국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오열했다. 이 씨의 처형은 “TV에서만 보던 일이 우리한테 일어나다니 거짓말인 것 같다”며 “(이 씨는) 60대였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일도 잘했는데 (이런 사고를 당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공사 발주를 맡았던 HJ중공업 관계자 10여 명도 숨진 근로자들의 빈소를 찾았다. 이번 사고로 숨진 근로자들은 HJ중공업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유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여전히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발생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억장이 무너진다”고 한탄했다. 한 유족은 “뉴스에서 이런 사고를 볼 때마다 ‘앞으론 사고 안 나겠지’ 싶었는데 매번 반복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사고 현장에선 구조 작업이 길어지자 실종자 가족들이 현장과 상황실을 오가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일부는 구조대원들에게 “빨리 구해 달라”며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다.
울산=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울산=도영진 기자 0jin2@donga.com
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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