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진 갑질 의혹 등이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전·현직 국회 보좌진들 대다수가 강 후보자 낙마에 찬성한 데 이어,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들에 진보 성향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까지 강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16일 직원인증 받은 국회 관계자만 쓸 수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의도 옆 대나무숲'에는 "강선우 의원실 출신 보좌진들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길 바란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 씨는 "보좌진들에게 법적조치 하지 말란 야당 의원 질의에 안 하겠다는 말 안 하고 차갑고 싸늘한 표정으로 '명심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던 후보자. 출신 보좌진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을 것이다"라며 "그런데도, 그리고 놀랍게도 후보자 의원실 출신 보좌진들은 한결같이 후보자가 임명되길 바라더라. 그래야 그나마 본인들한테 보복을 덜 할 것 같고 낙마하면 오히려 보좌진들에게 보복할 것 같다고 했다"고 전언을 전했다.
A씨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회 갑질의 기준은 한층 높아졌다"면서 "쓰레기와 아침 식사도 구분 못하는 보좌진, 변기가 고장 났을 때 '조언' 구하는 하찮은 보좌진들이 아무리 짖어 봐야 무슨 소용이겠나"라고 했다.
이어 "대통령실과 당이 결정했는데. 보좌진 따위가 영감님들 가시는 길에 걸림돌이 돼서야 쓰겠나"라며 "여당 의원님들 덕분에 이제 모든 보좌진은 부조리한 상황은 그냥 견뎌야 하고, 진실에는 침묵을 강요당할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국회 직원 B씨는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강선우의 낙마를 간절히 소망한다"면서 "강선우 사태로 드러난 의원의 '갑질'만 주목하고 싶다. 다른 의원들이라고 다를까? 우리 당이라고 다를까? 물론 보좌진을 진정한 동지나 동료로 대하며 존중하는 의원들도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 의원은 의정활동의 범위를 착각하며 살아간다. 수행비서관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원 배우자와 자녀들을 케어하고, 주말엔 의원과 함께 골프장에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의원 집안 경조사에 보좌직원들이 동원되어 때로는 혼주 측이, 때로는 상주 측이 되어 실무를 맡기도 한다. 가족 휴가지 예약과 교통편 준비는 이제 사적 업무 영역으로 취급되지도 않는다"고 폭로했다.
B씨는 "법률상 보좌진의 업무 범위는 명확하지 않다.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좌관 등 보좌직원을 둔다'는 단 한 줄이 우리 존재의 전부를 규정할 뿐이다. 이 모호한 조항 아래서 보좌진은 소모품으로 전락하기 일쑤다"라며 "과연 강선우만의 문제일까? 여가부 장관 인사청문회장에 또 다른 '강선우'는 없는 걸까"라고 반문했다.
실제 A씨의 주장대로 강 후보자 의원실 보좌진들이 그의 장관 임명을 바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앞서 자신을 강 의원 보좌관으로 5년을 보냈다고 소개한 보좌진 한 명은 SNS에 "저는 어떤 언론 취재에 응한 적 없다"면서 "익명에 숨어 피아 구분 없이 출처 모를 화살들이 쏟아지고 있어 무척 괴롭다"면서 "고락을 함께했던 전현직 의원실 식구들이 더는 상처받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앞서 민주당 보좌진 협의회(민보협) 역대 회장단은 강 후보자를 향해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보좌진의 인격을 무시한 강 후보자의 갑질 행위는 여성가족부 장관은 물론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본적인 자세조차 결여된 것이라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며 "권한을 명분 삼아 권위를 휘두르고, 무엇이 잘못인지 모른 채 갑질을 반복한 자가 장관 공직을 맡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도, 시대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청문회를 통해 해명하겠다는 후보자의 입장을 존중했고 기대했으나, 청문회 과정에서 확인된 후보자의 입장은 해명이 아닌 거짓 변명에 불과했고, 자기방어에만 급급했다"며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강 후보자는 즉각 국민 앞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장관 후보직에서 자진해서 사퇴함으로써 최소한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강 후보자의 보좌관 '갑질' 논란은 국회의원이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공적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한 것으로 중대한 결격사유"라며 "특히 성평등과 인권,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여성가족부의 책무를 고려하면 자격 미달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의혹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 대신 변명과 거짓 해명으로 고위공직자와 정부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뜨리고 있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강 후보자는 보좌관 갑질 논란과 관련해 인사청문회에서 사과했지만, 변명에 가까웠다. 이후 공개된 텔레그램 메시지를 통해 이러한 해명 또한 거짓임이 드러났다. 또 제보자를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제보한 인물', '극심한 내부 갈등과 근태 문제를 일으킨 인물'로 몰아가며 제보 내용의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부적절한 태도를 보였다"며 "보좌관에 대한 취업 방해 및 임금 체불 의혹까지 추가로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전·현직 국회 보좌진들이 모인 SNS 대화방에서는 10명 중 9명이 강 후보자의 낙마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여야 전·현직 국회 보좌진 등 1442명이 참여하는 익명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뤄진 강 후보자 거취 투표 결과, 투표에 참여한 559명 중 92.7%(518명)가 강 후보자 낙마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 이는 7.3%(41명)에 불과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사청문회 과정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