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의 국내 판매량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현대차 순수 전기차 중 아이오닉6의 판매량을 제쳤고, 아이오닉5 다음으로 2위에 올랐다. 동급 경쟁 차량인 기아 EV9가 내수 판매가 다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31일 현대차에 따르면 아이오닉9 국내 판매량은 2월 181대, 3월 784대, 4월 1009대를 기록하며 상승세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은 1974대에 달한다. 이 기간 현대차의 순수 전기차 중 아이오닉6(1529대)를 제치고 아이오닉5(4125대) 다음으로 2위 자리에 올랐다.
아이오닉9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플랫폼인 E-GMP 기반의 플래그십 대형 전동화 SUV다. 깔끔한 외관과 동급 최고 수준의 실내 공간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110.3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532㎞를 달린다.
경쟁 모델 기아 EV9보다 판매량에서 우위
아이오닉9은 이러한 상승세로 '집안 싸움'을 벌이는 동급 기아 EV9보다 판매량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EV9은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누적 판매량 477대를 기록했다. 기아 순수 전기차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해외 판매량 대비 유독 국내 판매량이 맥을 못 추는 것은 출시 당시 '비싼 가격'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V9은 출시 당시 옵션을 모두 더할 경우 1억원에 육박하는 가격으로 비싼 것 아니냐는 평이 나왔다.
현대차는 이를 의식한 듯 아이오닉9의 판매 가격을 6000만원대로 책정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아이오닉9 7인승 익스클루시브 시작가는 6715만원. 2023년 출시한 EV9보다 622만원 저렴한 수준이었다. 최상위 트림인 6인승 캘리그래피에 4륜 시스템을 더한 모델과 EV9 6인승 GT 라인을 비교해도 아이오닉9이 69만원가량 저렴하다.
업계에서는 아이오닉9의 공격적 가격 정책을 판매 호조의 주요인으로 꼽는다. 특히 최근 인기가 높은 동급 내연기관인 중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캘리그라피 트림 가격이 6326만원부터 시작되는 것을 감안하면 대형 전기 SUV에 대한 '가격 진입 장벽'을 확 낮췄다고 볼 수 있다.
"미국에서 활약할 차"...글로벌 주력 모델
아이오닉9은 내수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가 주력하는 모델이다. 특히 미국 조지아주 신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되며 대형 SUV에 대한 수요가 높은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 현지 생산 모델'이라 대미 관세 리스크도 적다.
첫 출시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오토쇼에서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현대차는 아이오닉9 판매 전략과 관련해 "미국에서 80% 정도, 유럽과 한국 등 지역에서 나머지 비중으로 판매될 것으로 본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해 아이오닉9이 공개된 LA 오토쇼에서 취재진과 만나 "차량의 공간성도 너무 좋고 차량에 타면 아주 편안하다. 전기차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타보는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