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런던 시청사 설계 건축가 협업… 현대, 사업비 조달 금융 협약 맺어
2.4조 규모… 다른 수주전에도 영향
이달 입찰 공고 앞두고 경쟁 치열
구청 “버스투어-개별홍보 금지”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으로 예상되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 2구역 시공권을 따내기 위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입찰 공고 전인데도 두 회사의 홍보 경쟁이 과열 조짐을 보이자 서울시와 강남구청이 개별 홍보 금지 안내 공문을 보내고, 조만간 세부 지침을 내놓기로 했다. ● 수주전 과열에 제동 건 구청
압구정 2구역 재건축은 1982년 준공된 현대아파트 9·11·12차 단지(1924채)를 2571채 규모의 신축 단지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총공사비는 약 2조4000억 원. 자산 추정액은 10조 원으로 국내 재건축 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다.
2구역 조합은 이달 중순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시공사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재건축을 추진하는 압구정 아파트 지구 6개 구역 중 가장 속도가 빠르다. 시공 능력 평가 1위인 삼성물산과 2위인 현대건설이 출사표를 낸 상황이다.
● 래미안 단지 투어 vs 압구정 현대 상표권현대건설은 2023년부터 강남구 신사동에서 조합원 전용 홍보관인 ‘디에이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2월 ‘압구정 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4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표 등록을 위해 4월에는 대형 법무법인도 선임했다. 압구정 현대 시공사라는 점을 알리는 동시에 상징성이 큰 단지명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입찰 공고가 임박해지면서 두 회사의 신경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현대건설은 전날 사업비 조달을 위해 하나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3시간 뒤 삼성물산도 5개 시중은행과 사업비 조달 관련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는 자료를 냈다. 이어 1일 삼성물산은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와 협업해 압구정 2구역 설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포스터는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영국 런던 시청사, 홍콩 HSBC 본사 등을 설계했다.
두 회사가 압구정 2구역 수주에 사활을 거는 건 이번 수주 결과가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서울 용산구 한남 4구역 재개발 수주전에서 경쟁한 두 회사가 다시 맞붙는 ‘리턴 매치’라는 점도 경쟁 과열 원인 중 하나다. 한남 4구역 시공권은 삼성물산이 가져갔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2구역 수주 자체로도 마케팅 효과가 크다”며 “압구정의 다른 구역뿐만 아니라 북아현이나 목동 등 서울 지역 다른 재건축 수주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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