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를 시작한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도 이 파도에 올라타는 모습이다. 특히 기아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는 지난달 테슬라의 베스트셀러 모델Y를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5위로 튀어 올랐다. 유럽에서 하이브리드카 판매도 늘고 있어 하이브리드카에 강한 현대차·기아의 선전도 기대된다.
◇현대차·기아 유럽 전기차 판매↑
23일 시장조사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달 유럽 28개국 시장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14만4200대로, 1년 전보다 28% 많아졌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판매량도 7만4520대로 전년 동기보다 31% 증가했다. 전체 유럽에서 등록된 신차(107만7122대) 가운데 전기차(17%)와 PHEV(9.1%)가 차지하는 비중은 26.1%에 달했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자동차 탄소 배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2025~2027년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 대비 15% 낮추고, 기준 배출량을 초과하는 완성차 업체에 g당 95유로의 벌금을 물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완성차 회사들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도 그중 하나다. 기아는 지난달 유럽에서 1년 전보다 55% 급증한 9101대를 팔며 전기차 판매 6위에 올랐다. 현대차도 같은 기간 20% 증가한 7346대 전기차를 팔아 9위를 차지했다. 지난 3월(기아 8위·현대차 11위)에서 두 계단씩 뛰어올랐다.
현대차·기아는 커지는 유럽 전기차 시장에 이미 대응하고 있다. 현대인스터(캐스퍼 일렉트릭의 유럽명)와 EV3 등을 지난해 말 출시하는 등 라인업 강화에 나선 것이다. 이 중 EV3는 지난달 유럽에서만 5680대를 팔아 테슬라 모델Y 판매량(4495대)을 훌쩍 넘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4위가 유럽 브랜드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EV3의 성적은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는 향후 콤팩트 전기차 EV2를 유럽에 내놓고 EV4도 유럽에선 해치백 모델로 출시한다.
◇BYD, 테슬라 처음 판매 역전
중국 전기차들도 유럽에서 선전하고 있다. 특히 비야디(BYD)는 지난달 유럽에서 1년 전 동기보다 169% 급증한 7231대의 전기차를 팔아 테슬라(7165대)를 넘어섰다. 3월엔 테슬라(2만7828대)가 1위, BYD(8458대)는 12위였는데, 역전된 것으로 BYD가 유럽에서 테슬라 판매량을 제친 건 처음이다. 펠리페 무뇨스 자토다이내믹스 애널리스트는 “2014년부터 유럽 전기차 시장을 선도해온 테슬라가 2022년 영업을 시작한 BYD에 밀렸다”며 “유럽 전기차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유럽에서 중국산 전기차 등록 대수는 1년 전 동기보다 59% 많아진 1만5300대였다.
특히 EU가 지난해 11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최고 45.3%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중국 전기차의 선전은 주목된다. BYD 소형 SUV인 시걸의 유럽 판매가격은 2만2990유로(약 3570만원)로 관세 부과 후에도 경쟁 모델 중 가장 저렴하다. 가류 도쿄재단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단순히 전기차 보조금 때문에 그동안 BYD가 잘 팔렸다고 말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BYD 등 중국 업체는 전기차에 붙는 추가 관세를 피하기 위해 PHEV 라인업을 확대하고, 헝가리와 튀르키예를 비롯한 현지에 제조 공장을 신설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