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차량 5종을 공동 개발해 오는 2028년 출시한다. 지난해 9월 두 회사가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맺은 데 따른 후속 조치다.
현대차와 GM는 양사가 공동 개발하는 첫 5개 차량에 대한 계획을 7일 발표했다. 양사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모두 탑재할 수 있는 중남미 시장용 중형 픽업, 소형 픽업, 소형 승용,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4종 △북미 시장용 전기 상용 밴 등 총 5종의 차세대 차량을 공동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두 회사는 공동 개발 차량의 양산이 본격화되면 연간 80만 대 이상을 생산·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동 개발 과정에서 GM은 중형 트럭 플랫폼 개발을, 현대차는 소형 차종 및 전기 상용 밴 플랫폼 개발을 각각 주도하게 된다. 두 회사가 서로 강점인 부분을 공유하는 셈이다.
두 회사는 공통의 차량 플랫폼을 공유하는 동시에 각 브랜드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내외장을 개발할 계획이다. 함께 만든 차를 각각 현대차와 GM 로고를 달아 판매하는 ‘리배징’과는 다른 방향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또한 두 회사는 2028년 출시를 목표로 중남미 시장용 신차를 위한 디자인 및 엔지니어링 관련 협업을 진행 중에 있다. 이르면 2028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전기 상용 밴을 생산할 예정이다.
당초 두 회사는 올해 초 구체적인 협업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더 많은 종류의 차량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공하기 위한 논의가 길어지면서 발표가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미국 간 관세 협상 때문은 아니었다고 현대차와 GM은 재차 강조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은 “GM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다양한 세그먼트 영역과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더 나은 가치와 선택권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미 및 남미 시장에서의 양사 간 협력을 바탕으로 고객들이 원하는 아름다운 디자인, 고품질, 안전 지향의 차량과 만족할 만한 기술 등을 더욱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의 글로벌 구매·공급망 부문 최고 책임자인 실판 아민 수석 부사장은 “오늘 발표된 차량들은 중남미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세그먼트와 북미 시장의 상용차 부문을 타겟으로 한 것”이라며 “GM과 현대차는 협업을 통해 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선택지를 보다 빠르고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는 북미 및 남미에서 소재 및 운송, 물류에 관한 공동 소싱 이니셔티브를 추진할 계획이다. 원자재, 부품, 복합 시스템 등 영역에서의 협력도 고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양사는 지속가능한 제조 방식 실현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탄소저감 강판 분야에서도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로 합의했다. 지속가능한 제조 방식이란 친환경 소재 활용,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등을 통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자원 고갈을 최소화하는 제조 방식을 의미한다. 아울러 글로벌 시장을 위한 추가 공동 차량 개발 프로그램 및 내연 기관, 하이브리드, 배터리 전기차, 수소 연료 전지 기술을 포함한 파워트레인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협업과 관련해 세부 검토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