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와 같은 수준 세율 적용될듯
韓美 합의문 없어 변수는 여전
한국 정부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에서 반도체 품목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향후 주요국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산업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7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첫 번째 통상정책자문위원회를 주재했다. 여 본부장은 “지난주 한미 관세협상 타결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관세협상 결과 취약 업종에 대한 후속 지원 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고 통상 네트워크 다변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대책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관세협상 타결 후속 대책을 구체화하고 중장기 글로벌 통상 전략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주 한미 관세협상 ‘1라운드’가 끝났지만, 전문가들은 언제든지 ‘2라운드’가 펼쳐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에 100% 관세를 예고한 것처럼 관세 이슈는 향후에도 반복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일단 반도체 품목관세에 대해서는 미국으로부터 낮은 관세율을 약속받았다는 입장이다. 여 본부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는 이번에 협상을 타결하면서 미래의 관세, 특히 반도체나 바이오 부분에서는 최혜국 대우를 받기로 했다”며 “만약에 15%로 최혜국 세율이 정해진다고 하면 우리도 15%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도 반도체 품목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면밀히 분석 중이다. 이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열어 “(관세율이) 100%든 200%든 간에 어떤 나라가 최혜국 대우를 받는다면 우리도 반도체·의약품은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 반도체 관세율이 15%로 책정된 만큼 한국산 반도체에도 같은 세율이 매겨질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다만 비망록을 제외하고는 합의서라고 부를 만한 서류가 없는 상황이라 트럼프 행정부 입장이 바뀔 가능성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EU와 미국 간 후속 협상에서 양국이 약속한 대로 반도체 관세율을 15%로 확정할지도 변수다. 한국 정부가 반도체 관세 면제가 아닌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EU 등 다른 국가가 100%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지 못한다면 최혜국 대우는 ‘무용지물’이 된다.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미국 측과 관세협상 타결 후속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재민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은 “정부가 관세협상 후속 작업을 빨리 진행해 타결 내용을 구체화·명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정리된 문서가 있어야 추가 품목관세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 명확한 판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