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삼립은 최근 사업장 안전사고 발생 관련 후속 조치를 발표하면서 '크보빵'(KBO빵) 생산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SPC삼립이 올해 3월 프로야구 시즌 개막을 맞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손잡고 출시한 크보빵은 동봉된 야구선수 띠부씰(스티커) 열풍에 지난달까지 1000만개 팔려나가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발생한 사망 사고 악재를 피해가진 못했다.
SPC삼립은 29일 홈페이지에 "KBO와 협의해 크보빵 생산을 중단하고 안전 강화 활동과 신뢰 회복에 더 힘쓰겠다"고 공지했다. SPC삼립은 유통업체와 관련 과정을 논의해 다음달 1일부로 크보빵 생산을 중단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19일 경기 시흥시 소재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근로자가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났다. 이에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도 조사에 들어갔다.
SPC삼립은 사고 발생 직후 공장 가동을 중단했으며 관계 기관 조사가 완료되면 사고 설비를 철거·폐기할 방침이다. 사고로 심리적 지원이 필요한 근로자 대상으로 4주간 1대1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근로자에게는 추가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SPC삼립은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동조합과 생산·안전 책임자가 참여하는 노사 합동 안전 점검을 매달 실시하고,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하는 합동 안전점검 모니터링을 분기별로 진행하기로 했다. 또 안전 보건 관리 인력을 증원해 현장 중심의 선제적인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한다.
이밖에 노사 협의를 통해 연속 근무를 줄이고 일부 라인에는 4조 3교대 시범 운영을 도입하는 등 근무 형태 개선에 나선다. 시화공장에서는 생산라인별로 매주 하루는 가동을 중단하고 이 시간을 설비 점검과 안전 강화에 집중하기로 했다. 기존 직원 정기 안전간담회를 확대하고 안전 핫라인과 스마트 안전 제안 시스템 구축 등 현장 상시 제안 채널을 활성화한다.
또 안전을 저해하는 관행과 습관을 철저히 조사·개선하며 결과를 현장에 피드백하는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 주관 '대책과 예방, 책임 주체 강화를 위한 긴급 간담회'에서 이 같은 안전 강화 조치를 발표하기도 했다.
도세호 SPC 대표이사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해 사과하며 "SPC그룹은 그동안 추진해온 안전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2022년부터 진행해 온 3년간 1000억원의 안전 경영 투자 플랜을 확대·연장해 운영하겠다"며 "계열사별로 추가 재원을 확보해 설비 자동화와 안전관리 인력 강화에 투자해 사고를 원천 차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안전경영위원회를 외부 산업안전 전문가 중심으로 대폭 보강해 실효성과 독립성을 갖춘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고, 안전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환경 조성과 지원에 나서겠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